"스타벅스가 GM이면…파스쿠찌는 장인정신 깃든 람보르기니" [설리의 트렌드 인사이트]

입력 2024-03-26 14:00
수정 2024-03-26 14:11
“커피 본질에 집중한 것이 100년 기업의 비결입니다. 파스쿠찌는 기업이기 이전에 장인정신 담은 에스프레소 그 자체입니다.”

마리오 파스쿠찌 최고경영자(CEO)에게 140년 넘게 가업을 유지한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SPC그룹과 사업 협력 논의차 방한한 그는 25일 서울 중구파스쿠찌 센트로서울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파스쿠찌는 1883년에 창업했다. 파스쿠찌 CEO는 창업주 3세다. 파스쿠찌는 전 세계 17개 국가에 7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500개가 한국에 있다. 2002년 SPC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에 진출했다. 그는 “SPC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품질 브랜드 등 여러 측면에서 뛰어난 역량 갖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허영인 SPC 회장은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경영자”라고 했다.

K푸드 열풍과 관련해선 “과거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피자, 파스타가 전 세계적인 식문화로 확산된 것처럼 K푸드가 그럴 것”이라며 “한국은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세련되고 역동적인 국가”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커피업체이자 경쟁사인 스타벅스에 대해선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는 “파스쿠찌와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며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인 폴로 랄프로렌과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제너럴모터스와 람보르기니가 다른 것처럼 스타벅스는 대중적인 커피를 표방하는데 비해 파스쿠찌는 장인정신이 깃든 에스프레소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파스쿠찌 CEO와의 일문일답.


▷이번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허영인 SPC 회장과 논의한 내용은.

파스쿠찌가 한국에 진출한 지 22년이 됐다. SPC 덕분에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맺은 ‘이탈리아 내 파리바게뜨 마스터 프랜차이즈’ 업무협약을 통해 이탈리아에서도 파리바게뜨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허영인 SPC 회장과는 파스쿠찌와 SPC가 협력해 빈곤국의 커피 농업인들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파스쿠찌와 SPC는 약 700여개의 빈곤국 농업기업을 지원하고 커피 수출을 돕고 있다.

▷최근 K푸드 K패션 등 열풍이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한류는 어떤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졌던 한국은 ‘미식 국가’로 거듭났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에서 한국의 문화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거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피자, 파스타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지금 K푸드가 그렇다. 이탈리아의 패션 하우스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 지도 꽤 오래됐다.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한국 셀럽들의 옷차림을 눈여겨 보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입고, 먹는지 참고한다.

▷왜 SPC와 손을 잡았나. SPC의 경쟁력은.

허영인 SPC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다. 1999년 파스쿠찌가 SPC와 인연을 맺기 전엔 회사가 이렇게 크지 않았다. 빵부터 커피에 이르기까지 식품에 진심을 다하는 허 회장의 장인 정신과 남다른 경영 능력이 오늘날 SPC를 일궜다고 생각한다. SPC는 품질, 브랜드, 파트너십 등 여러 측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파스쿠찌는 어떤 기업인가.

파스쿠찌는 1883년 이탈리아 몬테체리뇨네 지역에서 출발했다. 1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에스프레소의 본질적인 맛에 집중하며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파스쿠찌는 기업이기 이전에 장인 정신을 담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그 자체다. 전 세계 60개국 1만5000개 이상 매장에서 파스쿠찌의 원두를 사용한다.

▷100년 기업의 비결은.

이탈리아는 커피, 피자 등 먹거리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장인 정신을 토대로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다. 파스쿠찌도 조상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성장했다. 커피 맛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다.혁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파스쿠찌는 커피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 속에 행복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커피는 주로 인도, 아이티, 과테말라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커피 농가들로부터 공급받는다. 파스쿠찌는 이 지역 커피농가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병원과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커피농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이들로부터 꾸준히 생두를 공급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 친환경 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파스쿠찌의 성장 비결이다.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파스쿠찌의 기업 지배구조는.

증조 할아버지인 안토니오 파스쿠찌가 시작한 파스쿠찌는 자녀 세대 중 커피를 가장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가 가업을 물려받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가족기업으로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지 않았다. SPC와 같은 파트너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파스쿠찌의 경쟁력, 경영철학을 소개해달라.

파스쿠찌는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강조한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다른 음료로 만들어도 모두 풍미가 뛰어난 이유다. 공격적으로 브랜드 광고를 하지 않지만 품질 경쟁력엔 자신이 있다.

▷경쟁사인 스타벅스는 역사가 비교적 짧은데도 세계 1위가 됐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파스쿠찌의 차별점은.

파스쿠찌와 스타벅스의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인 폴로 랄프로렌과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제너럴모터스와 람보르기니가 다른 것처럼. 스타벅스는 다국적 브랜드로 대중적인 커피를 표방하는 것에 비해 파스쿠찌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에스프레소에 집중한다. 이탈리아의 전통 커피를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파스쿠찌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한국의 커피 시장은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한국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있다면.

파스쿠찌가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 사이에 500개가 넘는 매장이 생겼고, 아시아 시장 전체에서도 주목하는 브랜드가 됐다. 한국의 커피 시장이 포화됐다지만 커피 사업의 기본은 결국 품질이다. 파스쿠찌의 제품 경쟁력을 소비자들이 알아볼 것이다.

▷몇 번째 한국 방문인가. 한국에 대한 인상은.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이후 몇 차례 더 왔었다. 이번 방문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한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굉장한 곳이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세련되고 역동적인 국가로 성장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