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화국 더 심해졌다…첨단 제조업 몰려 'GDP 70%' 의존

입력 2024-03-25 18:15
수정 2024-03-26 01:01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30% 밑으로 추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며 지역 간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25일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에서 지역별 경제 성과를 2001~2014년과 2015~2022년으로 나눠 비교 평가했다. 이 기간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기여도는 51.6%에서 70.1%로 18.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기여도는 48.0%에서 29.9%로 18.1%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한국의 성장률이 연평균 4.2%에서 2.5%로 1.7%포인트 떨어진 가운데 비수도권의 성장률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0.6%포인트, 1.6%포인트 하락했다. 경북 성장률은 4.8%에서 0.1%로 4.7%포인트 떨어졌고 울산은 2.8%에서 -0.6%로 3.4%포인트 역성장했다.

한국은행은 성장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이런 불균형 성장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은 반도체, 바이오 등 성장성 높은 첨단 기업이 모여들고 있지만 비수도권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부진한 자동차, 화학제품, 기계 산업 등이 포진했다는 설명이다.

소비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비를 많이 하는 청년 인구가 대도시로 이동해 비수도권에서 소비 성향이 낮은 고령 인구 비중이 커진 영향이다. 부족한 소비 인프라도 소비 성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간 1인당 소득 격차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대규모 이전지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예림 한은 과장은 “비수도권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