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방침에 반발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감행하고 있다. 정부도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물러서지 않으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는 지속할 전망이다."전공의 복귀하려면 정부가 요구사항 수용해야"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은 25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외래진료 축소 이유에 대해 "교수들은 너무 힘들어서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한 것"이라며 "전공의가 돌아와야 진료 축소를 버릴 수 있다. 이제 조만간 돌아가시는 분들(과로 순직 교수)이 나올 거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사도 사람이고 교수도 사람인데, 우리가 로봇도 아니고 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정부를 향한 전공의들의 7가지 요구 사항을 언급하면서 "이를 정부가 수용해야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의대 증원 2000명 계획과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의사 수계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명령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전의교협은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고위 공직자의 겁박'에 대한 조처도 요구했다고 전했다. 조 위원장은 "(한 위원장에게) 고위 공직자가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진을 겁박하는 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며,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분을 (대통령이) 가까이하시는 게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백지화 '0명'이라 생각 안 해"…증원 자체는 수용 시사
전의교협은 이날 오전 연세의료원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계획 철회 없이는 현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한 위원장에게 "전공의에 대한 처벌은 의대 교수의 사직을 촉발할 것이며,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며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숫자 조정 시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2000명 증원은 현재 의대에서 교육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정도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에) 얘기하는 증원에 대한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무더기 사직 현실화…정부 "의료개혁 반드시 완수"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다고 알렸다. 이들은 "우리는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의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이날부터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별개의 교수 단체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성명에는 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의대가 동참했다. 이미 순천향대 의대에서는 최소 93명의 교수가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은 전국 40개 의대 중 대부분이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의 반발에도 정부는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를 주문하면서 정부는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