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려고 해도 시장에 매수자가 없는 상황입니다.”
요즘 금융회사 대표와 PF 담당 임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고 압박을 가하면서 시장이 더 얼어붙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사 대표는 “조만간 PF 경·공매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 같으니 관망하거나 헐값만 제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사들이 이 같은 볼멘소리를 하는 까닭은 금융당국의 PF 정책 기조가 갑작스레 바뀌었기 때문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부실을 눌러왔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작년 말 태영건설 사태부터다. 당국자들의 입에서 ‘옥석 가리기’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은 자산 매각과 경·공매를 통해 신속히 처분하라는 주문이 나왔다. 특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향한 압박이 거셌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PF 시장에 자금이 선순환하게끔 한다는 금융당국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대주단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발언의 타이밍이다. 신규 자금 유입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라고 압박만 하면 PF 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한 금융사 PF본부장은 “130원짜리 물건을 70원에 팔려고 내놨는데 매수자들은 40~50원을 부르고 있다”며 “당국은 시장가에 던지라는 입장이지만 현재 가격이 과연 정상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이나 채권시장이 폭락할 때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이 가격을 지지하는 것처럼 PF 시장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조1000억원 규모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PF 정상화 펀드가 있지만 금융사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 펀드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단 한 건의 투자만 집행했다. 펀드에 민간 자금(5개 펀드 각 1000억원)이 투입되고 민간 운용사들이 투자를 집행하다 보니 수익률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PF 구조조정을 압박한 지 석 달가량 지났다. 그동안 구조조정은 활성화됐을까. 따지고 보면 정상화된 사업장은 거의 없다. 오히려 매수자 우위 시장만 더 굳어졌다. 무작정 다그치기만 하면 될 일도 그르치는 법이다. 꼬인 매듭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무작정 잘라내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