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장갑·가방을 수입해 원산지가 표시된 라벨을 뜯어낸 다음 국산인 것처럼 속여 경찰청과 소방청 등 공공기관에 납품한 수입업자가 세관 당국에 붙잡혔다.
25일 관세청 서울세관은 60대 남성 A씨를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 손상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A씨는 일선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경찰 장갑과 교통 혁대, 소방 가방 등을 중국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20차례에 걸쳐 17만여점을 수입했다. A씨가 몰래 들여온 물량은 시가로 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를 수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함께 일하는 직원 명의의 업체 또는 제3의 업체를 활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A씨는 들여온 물품들을 경기 소재 물류창고에 보관하면서, 제품에 부착된 ‘MADE IN CHINA’ 원산지 표시 라벨을 제거해 국내산인 것처럼 속인 뒤 경찰청이나 소방청에 부정 납품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경영 안정을 위해 의류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납품하는 조건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조건을 잘 알면서도 납품단가를 줄여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해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납품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A씨는 중국 제조업체에 발주할 때 주의사항으로 ‘원산지 라벨 잘 뜯어지는 재질로 교환’ 또는 ‘떼고 난 후 표시 나지 않는 것 사용’ 등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세관은 “저가 외국산 물품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손상하거나 허위표시 하는 행위는 선량한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판로와 일자리를 빼앗는 중대한 범죄”라며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