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에 미니스커트…감쪽같은 '여장남자' 공포 [이슈+]

입력 2024-03-26 07:57
수정 2024-03-26 08:55
지난 23일 오후 1시 50분. 단발머리 가발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 여자 탈의실에 몰래 들어간 30대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긴 머리카락 가발, 스타킹과 굽이 높은 신발을 착용한 30대가 경기 성남 한 마트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가 현행범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모두 '여장을 한 남성들'이었다.
자신을 여자처럼 꾸미고 여자 화장실, 탈의실 등 공공장소에 들어가는 '여장 남자'의 범죄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법상 여장을 한 것만으로는 범죄가 성립되기 어렵다. 다만 성기노출, 성행위 등 공공장소에서 음란하다고 판단하는 행위를 할 경우 공연음란죄가 성립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은 서울 송파구 한 거리에서 가발을 쓰고 미니스커트를 입는 등 여장을 한 채 20대 여성 앞에서 치마 속 성기를 노출한 혐의(공연음란)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유죄를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형법상 공연음란죄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돼 있는데, 해당 판결은 공연음란죄에 적용되는 벌금형으로선 최대치를 선고한 사례였다.

여장하고 여자 화장실 등에 침입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 성폭력처벌법이 더해져 형량이 더 세질 수 있다. 해당 법 제12조에 따르면 자신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 이용장소에 침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달 일본에서는 전신 타이즈(스타킹)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여자의 얼굴을 그려 넣은 이른바 '타이즈맨'이 지하철을 비롯한 공중 여자 화장실 등에 출몰한다는 목격담이 속출했다. 실제 이 남성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미소녀 복장을 하면 인형이 된 기분"이라며, 여성처럼 보이게 한 다른 복장들을 착용한 모습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의 여장 행위가 단순 여자만 출입이 가능한 공공장소에 몰래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지만, 여장하는 자체로 만족감을 느끼고, 이런 심리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신분석 및 심리학계에선 여장남자 행위를 '복장 도착적 물품음란증'으로 규정한다. 이는 성도착증의 하나로, 다른 성의 옷 바꿔 입음으로써 쾌락을 느끼는가 하면, 반복적이고 강렬한 성적 흥분이 성적 공상, 성적 충동 혹은 성적 행동으로 발현하는 것을 뜻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경닷컴에 "여장 남자의 여자 화장실 등 침입 행위는 '변태성욕' 중의 한 유형이고, 일종의 관음증적인 요소가 포함돼있다"며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보여주고 있어 정신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남자가 여성 옷을 즐겨 입거나 이런 것을 범죄화하거나, 변태 성욕이라고 무조건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그런 취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고, 범죄로 이어졌을 때가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순 취향을 넘어 범죄가 되면 공공의 질서 및 안전을 저해하니 처벌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장을 범죄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자기표현 및 성 정체성 탐색, 개인적인 편안함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성들도 있다. 이런 부류는 '드래그퀸'이라고 칭하는데, 옷차림이나 행동 등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이들을 말한다. 사회가 규정하는 성별과 다르게 겉모습을 꾸민다는 뜻을 가진 '드래그'(drag)와 여왕을 뜻하는 '퀸'(queen)의 합성어다. 스커트, 하이힐, 코르셋, 진한 화장, 긴 머리 가발 등을 착용하는 동시에, 목젖이나 수염, 근육 등 부위를 함께 노출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