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낫(COVERNAT) 등 패션 브랜드로 잘 알려진 비케이브가 미국 유명 스케이트보더이자 아티스트인 마크 곤잘레스와의 저작권 소송에서 패소했다. 앞으로 법정다툼에서 판결을 뒤집지 못하면 주요 브랜드인 ‘와릿이즌’(What it isNt) 상품 중 상당수를 못파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간판급 도안’ 사용에 제동…상품 판매금지 판결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는 마크 곤잘레스가 비케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비케이브를 상대로 와릿이즌 상품 중 새 모양 도안과 ‘마크 곤잘레스’란 서명이 들어간 모든 상품의 제조·판매·배포 등을 해선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 상품을 비롯해 포장지, 카탈로그, 간판, 선전광고물 등을 모두 폐기하라고도 명령했다.
비케이브는 2018년 일본 기업인 사쿠라그룹과 계약을 맺고 마크 곤잘레스의 도안과 서명을 사용할 수 있는 서브 라이선스(재이용 자격)를 획득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마크 곤잘레스’란 브랜드명으로 그의 도안과 서명이 들어간 의류 신발 가방 모자 등을 판매했다. 이 브랜드 하나만으로 2018년 약 50억원의 매출을 냈다. 비케이브는 그 후 마크 곤잘레스의 인기에 힘입어 회사 전체 매출을 2020년 약 300억원, 2021년 약 400억원으로 불렸다.
그러던 중 마크 곤잘레스와 사쿠라그룹의 라이선싱 계약이 2021년 말 종료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마크 곤잘레스와 사쿠라그룹간 계약이 끝났음에도 비케이브는 사쿠라그룹과 추가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상품들을 그대로 제조해 판매했다. 2022년에는 브랜드명을 지금의 ‘와릿이즌’으로 바꾸고 영업활동을 이어왔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마크 곤잘레스는 본인의 도안과 서명이 들어간 모든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보관 중인 상품도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비케이브가 허락없이 내가 만든 독창적인 도안을 사용해 부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저작권을 침해했을뿐 아니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이뤄낸 성과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비케이브는 “상품에 사용한 새 모양 도안은 2020년 마크 곤잘레스가 일본의 가수와 음반 제작과정에서 만든 것으로 그 후 해당 가수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음으로써 사쿠라그룹이 저작권을 갖게 됐다”면서 “설령 마크 곤잘레스가 저작권을 가졌다고 해도 사쿠라그룹과 맺은 계약을 통해 도안을 이용하도록 허락받았다”고 반박했다. 판결 못뒤집으면 도안 변경 불가피법원은 마크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도안은 1996년 원고가 창작해 그 해 시집과 1998년 잡지 기사 등에 삽화로 사용됐기 때문에 원고가 단독 저작권을 갖는다”며 “사쿠라그룹이 주장하는 권리는 가수 홍보를 위해 이 도안을 복제·판매할 권리에 불과해 저작권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쿠라그룹이 비케이브와 계약을 맺을 때 이 도안을 재이용을 두고 마크 곤잘레스의 동의를 받았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와릿이즌 상품이 소비자들의 혼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마크 곤잘레스가 널리 알려졌다는 점도 인정했다. 비케이브가 마크 곤잘레스의 도안과 서명이 들어간 상품 판매를 통해 급속히 성장했고, 마크 곤잘레스가 지난해 더네이쳐홀딩스를 통해 국내에 출시한 ‘마크 곤잘레스’ 브랜드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댔다. 더네이쳐홀딩스가 마크 곤잘레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던 지난해 4~6월 이곳을 다녀간 사람만 6만여명에 달했다.
비케이브는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 이 회사는 1심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와릿이즌 브랜드 중 마크 곤잘레스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은 ‘What it isNt’ 등 일부 도안이 들어간 상품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