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한미약품 모녀, 주주 직원들의 의결권 위임 논란

입력 2024-03-25 14:54
수정 2024-03-25 14:57
이 기사는 03월 25일 14: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약품 창업자 일가 장·차남 측에 힘을 실어주기로 하면서 장·차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모녀 측은 비상이 걸렸다.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의결권을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한미약품그룹 직원들까지 '총동원령'을 내렸다. 임종윤·종훈 형제를 사장 직위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사내에선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 직원들의 의결권을 송 회장 측에게 몰아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각 부서 담당 임원들이 주주인 직원들을 개별 면담하며 위임장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들의 명부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주주인 직원들을 찾아내 송 회장 측에게 의결권 위임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직장 내에서 권위를 활용해 의결권 위임을 독려하는 건 사실상 강제 조치에 가깝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미약품그룹 직원은 "회사는 의결권을 의무적으로 위임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임원들이 나서서 직원들을 면담하고, 각 부서별로 의결권 위임 현황을 정리해 보고하는 상황에 반기를 들 수 있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 측에 의결권을 위임한 직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장·차남 측이 주총에서 이겨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잡은 뒤 송 회장 측에 의결권을 위임한 게 드러나면 사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총에선 표 대결을 벌이는 양측이 위임받은 의결권을 상호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모녀 측에 의결권을 위임한 직원들을 장·차남 측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사이언스 사우회가 공식적으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과의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문을 낸 데에 대해서도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사우회 운영 회의체의 일방적인 결정일 뿐 개별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사우회 보유 주식은 약 23만주(지분율 0.03%)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이날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각각 사장 직위에서 해임했다. 장·차남을 직위 해제해 회사에서의 정통성을 빼앗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