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만 매달 150억…삼성家에도 가혹한 '상속세 폭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4-03-25 14:48
수정 2024-03-26 09:06
이 기사는 03월 25일 14: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가(家) 세 모녀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3조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조달했다. 이들이 내는 이자비용만 연간 1700억원을 웃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부과된 상속세 12조원을 내기 위해 빚을 진 것이다.

상속세를 내려고 보유한 계열사 지분 5조원어치도 팔았다. 매각 과정에서 삼성가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1%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등 지배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속세 폭탄'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다는 분석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증권사·은행에서 총 3조3598억원을 대출받았다.

세 모녀는 대출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 1.08%(6454만2130주), 삼성물산 지분 4.89%(1억8559만주)를 담보로 맡겼다. 대출 금리는 연 4.77~5.67% 수준이다. 이를 반영한 이자비용은 연간 1768억원이다. 한 달에 150억원가량의 이자를 내는 셈이다.

삼성가가 이처럼 막대한 차입금을 조달한 것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으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했다. 이 회장의 유산 중엔 주식이 19조원으로 가장 많다. 부동산과 예금 등이 4조원, 미술품이 약 3조원으로 알려졌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000억원, 이 사장 2조6000억원, 이 이사장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 선대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상속세 재원으로 쓰지 않고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삼성가는 상속세 재원을 위해 차입금을 조달한 것은 물론 계열사 주식도 처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5일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524만7140주(지분 0.09%)를 처분하기 위한 신탁 계약을 맺었다. 지난 22일 삼성전자 종가(7만8900원)를 적용하면 414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번 신탁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은 다음 달 22일 매각이 마무리된다. 삼성가는 2021년 12월부터 다음 달까지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주식 5조2621억원어치를 매각하게 된다.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간 1700억원을 웃도는 이자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출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과정에서 삼성가의 그룹 지배력도 약화될 수 있다. 삼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이건희 선대회장 타계 전인 2020년 중반에 5.79%에 달했다. 하지만 다음 달 말에는 4.86%로 0.93%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오너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면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