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부 부처, 공기업 등의 PC와 서버에서 인텔·AMD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재무부와 공업정보화부가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침에는 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오라클 등 외국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배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 공무원들은 올해 초부터 신규 PC·노트북과 서버를 도입할 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국유 기업들 역시 감독 기관인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2027년까지 국내 공급업체로 기술 전환을 완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번 조달 개편은 ‘신촹’으로 알려진 군과 정부 부문의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이 2022년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설비와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침에 따르면 정부 기관 등은 정보기술보안평가센터가 선정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서 및 운영체제 목록’에 포함된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 목록에는 화웨이와 국영 기업 페이텅(飛·Phytium) 등 18개 중국 기업이 포함됐다. 이들 제품은 인텔의 x86, 영국 ARM의 칩 구조와 자체 개발 기술을 혼합한 것이며 운영체제는 오픈 소스 리눅스 기반이다. 인텔과 AMD가 승인된 프로세서 목록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평가를 받으려면 제품의 전체 연구개발(R&D) 문서와 코드를 제출해야 한다.
리서치그룹 번스타인의 칩 전문가 린 칭위안은 FT와의 인터뷰에서 “PC보다 서버 프로세서의 교체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6년에 신촹 서버가 중국 전체 서버 출하량의 2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상 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정부와 당 기관 및 8대 산업의 정보기술(IT) 인프라 교체를 위해선 2023년부터 2027년까지 6600억위안(약 122조원)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텔과 AMD는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인텔의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매출 540억달러 가운데 27%를 차지했고, AMD도 매출 230억달러의 15%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MS는 중국의 매출 비중이 1.5% 정도에 불과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