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8시30분. 잠실 롯데월드타워, 여의도 국회의사당, 남대문 등 서울 시내 랜드마크들의 조명이 하나둘 꺼졌다. 마치 대규모 정전이 난 듯 깜깜한 풍경이 1시간 동안 이어졌다. 한국뿐 아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에펠탑,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각국의 유명 관광지도 일제히 불이 꺼졌다.
190여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위기 캠페인 ‘어스 아워’ 때문이다. 2007년 세계자연기금(WWF)가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한 어스 아워는 기후변화와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캠페인이다. 매년 3월 마지막주 토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한다.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 국내에서만 소나무 묘목 약 113만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어스 아워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매년 늘고 있다. 올해 GS리테일은 원격 에너지 관리 시스템 ‘SEMS(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활용해 전국 6000여개의 GS25 편의점 간판을 5분간 껐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2024 어스아워’를 알리는 미디어파사드 콘텐츠를 전시하고, 23일 당일엔 빌딩 전체를 소등했다. 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카카오페이손해보험 3사도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오피스 내 전등 및 조명을 모두 껐다.
그랜드 하얏트·반얀트리·르메르디앙 등 서울 주요 호텔도 외부 전광판을 끄고, 투숙객의 동의를 받아 실내 전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초로 대체하는 식으로 동참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