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서울 광교 옛 조흥은행 본점을 허물고 주요 계열사가 입주하는 ‘신한금융타워’를 세운다. 비(非)은행 계열사를 한곳에 모아 그룹 내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조흥 합병 이후 18년 만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중구청은 지난달 29일부터 ‘을지로2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1·3·6·18지구 정비계획 변경 결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삼각동 66의 1 일대(1만3711㎡)에 있는 옛 조흥은행 본점 등 3개 건물을 재건축해 초고층 오피스를 짓는 게 골자다. 토지주인 신한은행이 제출한 계획안은 주민공람과 구의회 의견 청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거쳐 확정된다.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을 흡수합병한 이후 이 은행 본점 건물 이름을 신한은행 백년관으로 바꿨다. 현재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캐피탈, 신한저축은행, 신한DS, 신한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의 일부 부서가 입주해 있다.
신한금융은 2012년에도 이 일대에 신한금융타워 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지 부지를 넓게 잡아 도로변 건물 매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당시 매입에 실패한 건물을 계획에서 제외하고, 신한은행이 보유한 3개 필지와 한 개 필지를 사들여 재추진에 나섰다. ○비은행 계열사 ‘시너지’신한금융타워는 높이 172m(40층) 초고층으로 지어질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신사옥(117m)과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111m)보다 높다. 부지 동쪽의 미래에셋 센터원빌딩(148m)보다 높게 지어져 인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될 전망이다. 건물 주위를 시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미니 공원’인 개방형 녹지로 꾸미고 1층 전체를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공공성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준공 시점은 2031년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의 새 랜드마크인 신한금융타워에는 주요 비은행 계열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곳에서 일하면 자산관리(WM)·소매금융·기업금융 등 주요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진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계열사 간 협업 강화를 주문해 왔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은행·카드·증권·보험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슈퍼앱 ‘슈퍼 쏠’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신한금융의 작년 비은행 순이익은 1조6543억원으로 2022년(1조9633억원)에 비해 15.7%(3090억원) 감소했다. 여전히 4대 금융 가운데 비은행 순이익 비중(35%)이 가장 높지만 손해보험 부문 실적 개선 등은 숙제다.
서울 태평로 대경빌딩에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본점, 여의도에 있는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이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나금융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나드림타운’을 추진 중이다. 통합데이터센터와 연수시설은 물론 그룹 헤드쿼터도 들어선다.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임직원이 함께 근무하며 계열사 간 소통과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박진우/김보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