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보릿고개…"월급·R&D 투자도 줄였다"

입력 2024-03-24 15:15
수정 2024-04-01 16:17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가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나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산업이 10년 만에 역성장했을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서다.

24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게임 상장사 중 시가총액 기준 1~3위인 크래프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지난해 R&D 비용이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R&D에 3792억원을 썼다. 전년 투자액인 4041억원보다 6% 감소했다. 넷마블도 같은 기간 이 비용이 8580억원에서 6708억원으로 22% 줄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힘썼던 엔씨소프트는 R&D 비용이 4730억원에서 467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직원 보수가 줄어든 기업도 속출했다. 크래프톤은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이 2022년 1억900만원에서 지난해 9800만원으로 10% 줄면서 1억원을 밑돌았다. 엔씨소프트(1억1400만→1억700만원), 카카오게임즈(1억3800만→9800만원), 웹젠(8000만→7400만원) 등도 평균 급여액이 줄었다. 개발자 영입 경쟁으로 정보기술(IT) 업계 직원들의 몸값이 뛰었던 2022년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게임사들이 씀씀이를 아낀 데엔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매출 규모를 19조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년 매출인 22조2149억원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이 산업의 매출 감소는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진흥원은 산업 부진 원인에 대해 “코로나19 유행에서 벗어나면서 게임 이용자의 재택 시간이 줄었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대안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100억원대 연봉을 받은 게임업계 종사자도 사라졌다. 2022년 보수로 약 173억원을 수령해 연봉왕 자리에 오른 장현국 위메이드 부회장은 지난해 10억3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업계 최고 연봉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보수가 2022년 약 124억원에서 지난해 72억4600만원으로 41% 깎였다.

게임업계 연봉 상위 1~5위는 모두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에서 나왔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부사장(37억8800만원), 김택헌 수석부사장(32억300만원) 등이 각각 3, 5위를 차지했다. 남영선 전 크래프톤 상무(39억7500만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35억4100만원) 등이 나란히 2, 4위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