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연장 무차별 총격 '아비규환'…IS "우리가 공격"

입력 2024-03-23 07:39
수정 2024-03-23 08:45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외곽의 한 대형 공연장 건물에서 무차별 총격과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조사에 나선 가운데, 이슬람 무장세력 IS는 "우리가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외곽에 위치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최소 3명의 무장 괴한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며 "이후 폭발과 함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괴한들이 공연장 홀 내부와 외부의 상가에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바닥에는 총에 맞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출구로 몰려 탈출을 시도했다.


이날 저녁 공연장에서는 록 그룹 피크닉이 공연할 예정이었다. 피크닉 그룹 멤버들은 다치지 않고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리아노보스티 기자는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은 15∼20분간 총격이 이어지자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렸고, 안전이 확인되자 기어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공격으로 4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현지 매체는 잠정 집계된 사망자가 62명으로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사태부는 공연장 지하를 통해 약 100명을 구조했으며 옥상을 통해 구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건물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유됐다. 타스 통신은 불이 기관총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건물의 3분의 1가량이 불에 휩싸인 가운데 인테르팍스 통신은 공연장 화재 면적이 3000㎡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화염에 휩싸인 이 공연장 지붕이 붕괴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지 교민 피해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러대사관은 "현지 언론 보도와 한인회 등을 통해 우리 국민 피해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우리 국민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테러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특수부대는 범인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 사건이 "피비린내 나는 테러 공격"이라며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피해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주말의 모스크바 내 모든 공개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사건 상황에 대해 지속해서 보고받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명령을 내렸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끔찍한 총격의 희생자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면 보복하겠다고 경고에 나섰으나, 이슬람 무장세력 IS는 "우리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IS는 이날 총격 피해가 알려진 직후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IS 전투원들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대형 모임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 또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