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당에는 배신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당에서도 간 사람 많잖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에서 출마한 후보들을 겨냥해 '배신론'을 띄우고 있다. "한 번 배신하면 또 배신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22일 충남 서산 동부시장을 찾아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151석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하며 "소수당의 경우 조정훈(의원)처럼 언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 대표로 당선된 뒤 제명 형식으로 시대전환에 복당했다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지난 18일에는 조 의원이 출마한 마포 지역을 찾아서는 "배신자"라는 말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민주당 마포갑 후보인 이지은 전 총경을 지원하기 위해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찾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인데 배신을 하는 정치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며 "배반하지 않는 정치인, 국민을 위해 꿋꿋하게 한 길로 걸어온 정치 집단을 선택해달라"고 강조했다.
마침 근처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조 의원은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라며 이 대표에게 인사를 청했고, 이를 본 지지자들은 "조정훈이 왔네!"라며 "배신자", "매국노" 등 야유를 퍼부었다.
조 의원의 인사를 '패싱'한 이 대표는 정청래 최고위원(마포을), 이 전 총경과 함께 걸어가면서는 "저쪽 당에는 배신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당에서도 간 사람 많잖아", "음, 배신의 정치"라며 조 의원을 재차 겨냥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野 '배반자' 공세이 대표의 당적을 바꾼 이들을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의원뿐 아니라 김영주 서울 영등포갑 국민의힘 후보, 이상민 대전 유성구을 국민의힘 후보 등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입당했다. 국회 부의장을 한 김 후보와 5선 중진인 이 의원의 탈당은 민주당의 큰 충격파를 남겼다.
이 외에도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진영을 바꾼 이들도 다수 있다. 이들은 일찍이 진영을 바꿨지만, '과거의 동지였다'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배반자'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마포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함운경 후보의 경우, 운동권 핵심 인사 출신인데 이번엔 '운동권 설거지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대문을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김경진 후보도 과거 민주통합당에 몸담았었고, 동작갑의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도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정계에 입문한 바 있다.
서울 송파병에 출마한 김근식 후보는 2012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를 신청했었는데 이후 2017년에 보수 쪽으로 정치 성향을 틀었고,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용호 후보도 새천년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했었다.
한편, 이 대표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조정훈 의원은 "다른 진영으로 간 사람을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인이 아닌 조폭의 언어"라고 반박했다.
조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인을 떠나 한 사람의 그릇의 크기도 의심하게 된다"며 "이 대표님 본인도 민주당의 아웃사이더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권력을 잡고 당 대표가 되니 예전 기억은 잊으셨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