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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원의원이 캐나다와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 비준을 거부했다. 시장이 확대된다는 이점을 들어 CETA 비준에 찬성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골치 아픈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비준안이 하원으로 넘어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좌·우 합심해 반대표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찬성 44표, 반대 211표로 무역 협정 비준안을 부결 처리했다. 집권 여당을 제외한 보수·진보당이 합심해 반대표를 던졌다.
CETA가 발효되면 프랑스 농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파비앙 게이 상원의원(공산당)은 “자유 무역에 대해 우파와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오늘 민주주의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CETA는 2016년 10월 체결됐다. 지난 몇 년간 EU가 맺은 최대 규모의 FTA다. 유럽과 캐나다 사이의 무역 증진을 위해 전체 교역 품목의 98%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잠정 발효됐지만, 공식적인 발효를 위해서는 EU 회원국 27개 전체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10개국에서는 절차가 지연되며 비준이 처리되지 않았다. 프랑스는 키프로스에 이어 비준을 거부한 두 번째 국가다.
○하원에서 재표결프랑스에서는 2019년 7월 하원에서 가까스로 CETA 비준안이 통과됐다. 이후 5년 가까이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상원에서 집권 여당이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 비준안 부결을 우려한 마크롱 정부가 상원의 CETA 심사 요청을 사실상 무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농민들이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공산당은 CETA 비준안 심사를 요구해 이날 표결에 오르게 됐다.
상원에서 비준안이 거부됐다고 해서 당장 CETA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키프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국에서 비준이 거부됐다는 사실을 EU 본부에 알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EU가 체결할 수 있는 국제 협정의 이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CETA를 내세웠기 때문에 그에게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하원에서 CETA 비준안에 대한 표결 절차가 다시 이뤄진다 해도 마크롱 대통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2019년과 달리 집권 여당의 의석수가 절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 가능성이 크다. 하원에서 부결될 경우 프랑스의 비준은 최종 무산된다. ○무역협정에 대한 의견 대립지난 1월 시작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로 EU의 무역 협정은 프랑스의 핵심 의제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EU-남미 FTA를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FTA에 반대하는 측은 유럽 농민들의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캐나다산 육류 수입 관세가 낮아지면 유럽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살충제, 사료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생산되지 않은 소고기가 유럽 시장에 유입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찬성하는 측은 CETA를 통해 유럽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기회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상원 토론 이후 프랑크 리스터 대외무역부 장관은 “부결은 프랑스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용납할 수 없는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늘은 우리 경제, 기업가, 수출업자, 농부들에게 매우 나쁜 날”이라며 “상원은 캐나다와의 관계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부에 따르면 CETA가 잠정 시행된 이후 캐나다로의 수출이 33% 증가했다. 반면 캐나다산 소고기 제품은 프랑스 육류 소비의 0.0034%에 불과했다.
환경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환경론자들은 상호 무역량이 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 정부는 유럽의 친환경 정책을 위해 주요 원자재를 공급받으려면 캐나다와의 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