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군사작전→전쟁' 용어 바꾼 러시아, 우크라 밤새 공습

입력 2024-03-22 22:29
수정 2024-03-22 23:56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지금껏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던 러시아 정부가 '전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대선이 끝난 직후 전시 상태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공세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현지 매체인 '아르구멘티 이 팍티(Aif)'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시 상태에 있다"며 "시작은 특별군사작전이었지만, 서방이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참가했기 때문에 우리에겐 이미 전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지금까지 '전쟁'이란 용어 대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명명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를 금지한다며 전쟁으로 칭한 사람들을 처벌할 만큼 전쟁을 규정하는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때문에 크렘린궁이 전쟁이란 용어를 쓴 게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내부 힘(동원)을 모으기 위해 모두가 이러한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용어를 전쟁으로 공식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근본적으로, 집단 서방이 분쟁에 참여한 순간 우리에게 전쟁이 됐다"면서도 "법적인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법적으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용한 전쟁이라는 표현은 특별군사작전 반대자들이 시위에서 사용하는 전쟁 표현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는 새 영토는 물론이고 크림반도를 빼앗기 위해 어떤 수단을 이용하려는 의도를 문서화한 국가가 국경에 존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 영토는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 이후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지역을 일컫는다.

같은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살을 노린 공습을 감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밤사이 60기가 넘는 샤헤드 드론과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 약 90기가 날아왔다"며 하르키우, 자포리자, 수미, 드니프로페테르우스크, 오데사, 흐멜니츠키 등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흐멜니츠키에서 2명, 자포리자에서 3명 등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에서 러시아군이 이란제 샤헤드 드론 63기와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Kh-101 순항미사일, S-400 유도미사일 등 미사일 88기를 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시설과 군수산업 시설, 철도 허브와 무기고 등이 표적이었다면서 이는 최근 수 주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 지역에 가한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내 정유 시설에 드론 공격을 실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기업 우크르히드에네르고 등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의 드니프로 수력발전소 댐이 폭격받아 화재가 발생해 작동이 중단됐으며 진화 작업 중이다. 이 수력발전소만 8차례에 걸쳐 타격을 입었다고 우크라이나 검찰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로 연결되는 송전선도 차단됐다가 몇시간 후 복구됐으며 가스 화력발전소 등도 피해를 입었다. 이날 공습의 영향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 정전이 발생해 120만명가량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헤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적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산업을 향해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다"며 "지난해처럼 국가 에너지 시스템에 대규모 장애를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