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 주식 4100억원어치를 처분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조달한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15일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524만7140주(지분 0.09%)를 처분하기 위한 신탁 계약을 맺었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7만8900원)를 적용하면 4140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하나은행은 이 사장과 맺은 계약에 따라 다음달 22일까지 이 사장이 맡긴 지분 0.09%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등으로 처분한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이 사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89%에서 0.8%로 줄어든다.
이 사장은 앞서 지난 1월에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블록딜로 5586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같은 시점에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동생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도 동시에 지분을 매각했다. 당시 세 모녀가 매각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지분가치는 2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사장은 이번 지분매각 목적에 대해 ‘대출금 상환용’으로 공시했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 지분 0.33%를 금융회사에 맡기고 7070억원을 연 5%대 금리에 차입 중이다. 한 달에 내는 이자비용만 30억원이 넘는다. 이렇게 빌린 자금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상속세를 내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에 걸쳐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으로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