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CEO들 불러모은 방통위…"보조금 올려라" 압박

입력 2024-03-22 18:42
수정 2024-03-23 02:19

정부가 통신회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의 액수를 늘리라는 게 골자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통신 3사 및 단말기 제조사 대표들과 취임 후 첫 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와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통신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가 매우 크고 물가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민생 안정이 절실하다”며 “최근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및 경쟁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전환지원금 정책과 관련해 사업자들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10여 년 동안 유지해온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 유통법) 폐지 방침을 정했다. 국회에서 법안 폐지가 결정되기 전까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업체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14일부터 통신사를 옮기는 이용자에 한해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 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모델만 고가 요금제를 쓸 경우 10만원 안팎의 지원금이 제공되는 수준이다. 방통위는 18일 통신사·제조사 임원을 불러 지원금 상향을 촉구했다. 이어 위원장이 직접 CEO들을 만나 재차 촉구에 나섰다.

반상권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간담회 후 백브리핑에서 “통신 3사가 전환지원금에 대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로 했다”며 “제조사도 일정 부분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통신 3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불똥이 알뜰폰 업계로 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3사가 정부 방침대로 보조금을 늘리면 가격에 민감한 알뜰폰 고객들이 이탈할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1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 회선은 884만 개로 휴대폰 회선의 1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휴대폰 교체 예정인 알뜰폰 이용자의 48%는 ‘통신 3사의 단말기 보조금이 많아지면 통신 3사로 이동하겠다’고 응답했다. ‘알뜰폰 통신사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이승우/황동진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