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클라인 "원전, 美 대통령 누가 되더라도 핵심 에너지원될 것"

입력 2024-03-22 18:55
수정 2024-03-23 01:42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을 지낸 데일 클라인 텍사스대 교수(사진)는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돼도 원자력에너지는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인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06년 7월부터 2010년 3월까지 NRC 위원장 및 위원으로 일했다.

클라인 교수는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생각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양당 모두 원전을 에너지원 중 핵심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갈수록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원전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클라인 교수는 “원전 에너지를 확충하려면 원전을 지을 수 있는 탄탄한 공급망이 확립돼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러나 미국은 수십 년간 제대로 원전을 짓지 않아 공급망이 완전히 무너져 안정적으로 원자력 에너지 기반을 구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조지아주에 완공한 보글(Vogtle) 원자로 2기는 공급망 등의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6년가량 건설이 늦어져 350억달러의 비용이 더 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원전 공급망이 탄탄해 원전 확충에 문제가 없다는 게 클라인 교수의 진단이다. 클라인 교수는 “아무리 훌륭한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원전 플랜트를 지을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고 인력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며 “한국의 최대 장점은 그동안 원전 건설을 거의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공급망이 한 번 무너지면 원래대로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년 전 한국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을 연기하거나 증설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클라인 교수는 “지정학적 이유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도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미국 같은 나라는 버티지만 한국은 그럴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 원전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원전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 등도 국민에게 원전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