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들고…”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점검 차 찾은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발언이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물가 현실을 모른 채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을 합리적이라고 말한 게 논란거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에선 “물정을 모른다”,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 “무식해서 그렇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부는 야당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상황과 실제 대화를 되짚어봤다.
21일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파 한 단(1㎏) 평균 소매가격은 2721원이다. 지난 18일에는 1㎏당 3018원을 기록했다. 같은날 윤 대통령이 마트에서 본 가격 875원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 875원 대파는 정부 할인 정책과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을 거쳐 가격이 책정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과 15일 두차례 농산물 가격 인하 대책을 내놨다. 사과 대파 등 21개 품목에 납품단가 지원(kg당 2000원), 농협의 자체 할인(1000원), 농산물 할인(30%) 등을 적용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당시 875원 대파는 권장 소비자가(4250원)에 납품단가 지원(㎏당 2000원)과 농협의 자체 할인(㎏당 1000원)을 적용한 1250원에서 정부 농산물 할인 쿠폰 지원(30%)까지 더 해 가격이 책정됐다. 정부의 납품 단가·할인 쿠폰 지원은 하나로마트는 물론 대형마트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정책들이 각 품목별 가격 상황에 맞추어 시기별로 순차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며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만 특별히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니고, 농협유통 계열 전 대형 매장에서 납품단가 인하와 농산물할인 지원이 적용된 대파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러한 정부 할인 정책이 농산물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가 “원래 가격은 지금 1700원 정도 해야 되는데 저희가 875원에 이제 (판매 중)”이라고 하자 “여기 지금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5대 대형마트 다 한다”고 답했고, 염 대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께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라고 해서”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파는 뭐 875원이면 그래도”라고 하자 강 회장은 “원래는 2550원 정도 했다”, 송 장관은 “한참 비쌀 때는 3900원까지 했다”고 답했고,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된다”고 했다.
사과 매대로 자리를 옮긴 윤 대통령은 1.5㎏ 한봉지에 6230원에 판매되는 풍기 사과를 보고 “사과, 금사과”라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국민들이 드실 만큼 양은 좀 공급이 되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부족하긴 부족하다. 충분히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른 마트 등의 가격수준을 확인하고 이와 비교했을 때 ‘하나로마트 판매가’는 정부 할인 지원 정책 등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겠다는 취지로 ‘대파 가격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발언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실제 물가 현실을 외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