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호주 간 中외교…美 겨냥 '독립 외교' 강조

입력 2024-03-20 18:20
수정 2024-03-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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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 장관이 20일 호주를 찾아 관계 해빙 무드를 형성했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이 호주를 방문한 건 7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왕 장관은 캔버라에서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과 제7차 중국·호주 외교전략대화에 나서 “호주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시장 경제의 원칙이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 “독립이 외교 정책의 주요 원칙이 돼야 한다”며 “중국과 호주는 올바른 궤도로 돌아왔으며, 후퇴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작년 양국 무역액이 추세를 거슬러 증가했고, 호주의 무역흑자 중 80% 가까이가 대(對)중국 무역에서 나왔다”며 호주를 압박했다.

미국과 오커스(AUKUS) 등 동맹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호주에 균형 외교를 요구한 셈이다. 양국 관계는 2018년 호주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자국 5세대(5G) 이동통신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한 이후 급속도로 경색됐다.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은 와인 소고기 대하 등 10여 개 호주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맞불을 놨다. AP통신에 따르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호주가 본 경제적 손실은 약 200억호주달러(약 17조5000억원)에 이른다.

왕 장관은 2017년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회담한 뒤 호주를 찾은 최고위급 인사다. 왕 장관은 이날 호주중국비즈니스협회(ACBC)가 주최한 비공개 라운드테이블에도 참석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와 리오틴토의 임원들도 이번 행사에 함께 했다. 중국은 호주 철광석업계의 최대 고객이다.

페니 웡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를 비롯해 기후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며, 올해 중반께 리창 중국 총리의 호주 방문이 성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양국 관계 정상화의 상징으로 2009년 중국이 호주 애들레이드 동물원에 임대한 판다 두 마리의 반환 시점이 미뤄질 것이라고도 알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