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대비 10%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거래소에서 2% 정도 싸게 거래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 투자 수요는 몰리는데 한국에서만 기관·법인 투자가 막혀 시장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국 거래소에서 각국 통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 한국의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8시께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은 6만3724달러였는데 업비트에서는 6만9534달러로 9.12% 비쌌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대에서 최근 9300만원대로 떨어졌지만, 투자 수요는 더욱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시각 미국 코인베이스에서는 1.8% 낮은 6만2594달러에 거래됐다. 일본 비트플라이어(-1.7%), EU 크라켄(-2.0%), 캐나다 비트바이(-1.7%)도 바이낸스보다 가격이 낮았다.
비트코인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나라별로 수요와 공급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비트코인 가격이 높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유독 비싼 이유는 외국환 거래가 자유롭지 못해 한국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를 통한 투자가 어려운 데다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금지로 유동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금지되면서 투자 수요가 더욱 비트코인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 일본 EU 등은 법인과 기관의 투자가 가능해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법인이 시장에 진입하면 가상자산 수요 증가로 이어져 호가가 효율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매도와 매수 간 가격 차이가 좁혀져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가짜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투자 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내렸다. 코인 리딩방 등 투자방으로 초대해 특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는 것 등을 주된 사례로 꼽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