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보다 특정 산업군의 종목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가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다만 일시적인 유행에만 탑승하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81개의 테마형 ETF 가운데 최근 3개월 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47개에 달한다. 58.02%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테마형 ETF 10개 가운데 5개는 투자자 수익을 봤다는 얘기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낸 ETF는 방산, 원자력 관련 테마였다. 구체적으로 'ARIRANG K방산Fn'은 이 기간 수익률이 30%에 달했고, 'HANARO 원자력iSelect', 'ACE 원자력테마딥서치'도 각각 21.98%, 17.0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5.7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시장 대비 큰 수익을 낸 셈이다.
재작년 말에서 작년 초 상장한 이들 테마형 ETF의 공통점은 성장성 있는 종목에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방산주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각 지역의 군비 경쟁이 시작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너지 리스크로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원자력 사업도 확대됐다. 국내 모멘텀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산과 원전 사업 지원 방침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상장한 ETF도 테마형이 다수를 차지했다. 최근 출시된 ETF의 테마는 크게 K팝과 비만치료제, 반도체가 꼽힌다. 기존 방산, 원자력 관련 ETF에서 주도 테마가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만치료제와 반도체 관련 테마 ETF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는 상장 이후 전날까지 14.80% 상승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비만치료제 테마 ETF인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 역시 각각 1.54%, 1.35% 올랐다. 하헌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비만이 미용의 관점에서 부각됐지만 최근에는 질병과 건강의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며 "현재 주가보다는 비만약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내러티브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주목받으면서 반도체 테마 역시 줄줄이 상장됐다. 올해 출시된 상품은 특히 하위 밸류체인인 소재·부품·장비가 주를 이룬다. 지난달 출시된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는 전날까지 2.78% 올랐다. 'SOL 반도체전공정', 'SOL 반도체후공정' 역시 각각 0.27%, 9.56%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핵심 밸류체인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업체들은 계속해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K팝 관련 테마형 ETF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상장한 'ACE KPOP포커스'는 상장 이후 5.49% 떨어졌다.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90%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와 달리 개인은 이 상품을 51억1648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중국 K팝 팬덤 구매력이 크게 감소한 데다 아티스트 활동 불확실성 등으로 엔터 업종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64%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테마형 ETF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유행에 편승해 고른 테마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주요 테마였던 2차전지주가 급락하면서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는 최근 1년 간 38.61% 급락했다. 2차전지 유행에 힘입어 출시된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역시 현재 그룹사 ETF 가운데 가장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테마형 ETF는 상장 당시부터 벌써 유행인 경우가 많다"며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손실 위험도 크다"고 조언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