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이 돈 된다"…대기업도 반했다는 사업모델은? [이미경의 옹기중기]

입력 2024-03-20 10:06
수정 2024-03-20 14:37
"돈 쓰는 하수처리장에서 돈 버는 하수처리장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19일 대전 신성동 부강테크 본사에서 만난 김동우 대표는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미래형 하수처리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가 구상하는 미래형 하수처리장은 '코플로우(Co-flow) 캠퍼스'다. 하수 찌꺼기 등 유기성 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시설, 정화된 하수를 냉각수로 활용하는 '데이터센터' 등을 하수처리장과 한 부지에 건립해 환경도 살리고 운영 수익까지 거둘 수 있는 신사업 모델이다.

이 모델은 부강테크가 2016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플랫폼에 공식 등재한 이니셔티브(계획)인 '투모로우 워터 프로젝트(TWP)'를 구체화한 것이기도 하다. TWP는 '돈을 쓰던 하수처리장을 돈을 버는 하수처리장으로 전환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UN SDGs는 이달 초 김 대표의 이러한 계획이 지속가능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해 '2024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으로 선정했다.

부강테크는 사업모델을 구체화한 만큼 올해를 '스케일 업(회사 규모 확대)'의 원년으로 삼았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이 14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한 만큼 올해는 실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 역시 2022년 209억원에서 작년 255억원으로 22% 늘었다.


김 대표는 향후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타깃은 사우디아라비아다. 그는 "국제행사를 앞둔 국가는 하수처리시설을 적극 설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1988년 서울 올림픽 이전에 하수처리장을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2029년 동계올림픽, 2030년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예정이다.

사우디 시장 진출을 위해 부강테크는 회사에 투자한 GS건설과 협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2월 말 회사 직원들이 사우디 현장에 다녀왔다"며 "GS건설 역시 사우디에 사무소가 있는데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하수처리 관련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개도국은 하수도 보급률이 20%도 채 안 된다"며"개도국에 가기 위해 가장 주력하는 게 아나목스 기술 활용이다"라고 말했다. 아나목스는 미생물을 이용해 고농도 질소 폐수를 처리하는 부강테크의 특허 기술이다. 2020년 특허청이 주는 기술대상인 세종대왕상을 받았다.

이 기술은 1년 내내 수온이 20도 이상이어야 잘 작용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개도국 대부분이 적도 근처에 몰려있는데다 주력 진출 시장으로 고려 중인 사우디 역시 수온이 높아 기술 적용이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베올리아·수에즈가 잡고 있는 유럽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지 인력을 뽑고 프랑스에 유럽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며 "우리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잘 펼칠 수 있는 건설·엔지니어링 파트너를 찾는 역할을 맡겼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