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간부가 정부와의 강력한 대치를 예고했다.
20일 오전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서울 마포동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면서 "오늘부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의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이 경찰에 출석하는 것은 지난 6일 이후 2주 만이다.
그는 "의대 증원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라면서도 "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했고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정치 집단과의 연대도 고려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등의 의사 면허가 정지된 것을 두고 "집회에서 회원을 격려했다는 메시지를 근거로 생명과도 같은 면허 정지 처분을 내렸다"며 "정부는 언론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망각하고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와 관련해서도 "다섯 명이 10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당국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고도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은 굉장히 죄송하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의료를 살림으로써 국민들의 건강을 보장하겠다는 차원"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를) 믿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뒤이어 출석한 박 위원장 역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총선 때문"이라며 "지방에 의대 정원을 배치하면 지방의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이라 믿는 얄팍한 속셈"이라고 했다. 이어 "마녀사냥식 개혁은 역사적으로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주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서는 "주 위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서는 "대형 로펌과 의논 중"이라며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두 가지를 같이 할 생각"이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주 위원장과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택우 비대위원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등을 고발했다.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해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어 정부는 18일 박 위원장과 김 위원장에게 3개월 의사 면허 정지를 통보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