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한 한국인들이 '반려돌'(Pet Rock)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한국의 반려돌 유행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반려돌이 앞서 한국에서 유행한 '가상 장례식 체험'이나 '멍때리기 대회'처럼 바쁜 한국인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또 하나의 특이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반려돌은 미국에서 먼저 등장했다. 1975년 후반 미국의 한 광고회사 관계자가 작은 돌을 상자에 담아 선물처럼 판매하는 '반려돌'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는 선물 받는 사람을 놀리기 위한 일종의 장난처럼 여겨졌다면 한국에서는 고요함과 정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었다.
반려돌은 세븐틴, 투모로바이투게더(TXT)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자신들과 함께하는 돌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배우 임원희도 반려돌을 돌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반려돌에게 옷을 입혀주고,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하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혼자 살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친구가 준 반려돌을 키우고 있다는 이모 씨(30)는 WSJ에 "반려돌 홍두깨에게 종종 직장에서의 힘든 일을 털어놓곤 한다"며 "물론 무생물인 돌이 내 말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마치 반려견에게 말하는 것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구모 씨(33)도 반려돌에게 '방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산책이나 운동 하러 갈 때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며 "이 돌이 지금의 상태가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견뎠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일종의 평온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반려돌을 취급하는 한 국내 업체 대표는 "한 달에 반려돌 주문이 150~200개 들어오며, 최근에는 기본적인 회색 돌 외에 분홍색 장미석영(로즈쿼츠) 등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한국의 반려돌 열풍과 함께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주당 근무 시간을 견뎌내고 있기 때문에 특이한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반려돌 유행에는 과로가 있다"고 짚었다.
김진국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교수는 WSJ에 "지난 수 세기 동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사회에선 안정과 영원을 상징하는 관상용 돌 '수석'을 소중하게 여겼다"며 "바위는 변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반려동물 보조치료 분야 전문가인 레이첼 톰슨 박사도 "반려돌과 상호작용하면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개인의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을 낮추고 행복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반려돌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