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그룹의 사외이사 열 명 중 네 명은 현재 회사에서 연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개 회사에서 활동하는 ‘겸직 사외이사’는 대학 총장·교수와 고위직 행정 관료 출신이 70%를 넘었고, 나이는 50대 후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50대 그룹 전문 사외이사 현황 분석’을 20일 발표했다. 50대 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중 공정 자산총액 기준 상위 50개 그룹의 소속 회사들이다. 사외이사는 지난해 5월 각 그룹이 대기업집단현황 공시에서 밝힌 임원 현황을 바탕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이들 사외이사 총원을 중복 포함 1218명으로 밝혔다. 실제 50대 그룹 사외이사 총원인 1132명에다 2곳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86명을 다시 한번 더한 수치다. 상법상 사외이사는 최대 2개 회사까지 겸직할 수 있다.
사외이사 1218명 중 41.8%인 509명은 해당 이사회에서 연임 경험이 있었다. 나머진 신임 사외이사였다. 그룹별로는 SK가 98명으로 사외이사 수가 가장 많았고, 현대차(74명)·롯데(70명)·삼성(66명)이 뒤를 이었다. 전체 사외이사의 51.6%(628명)는 이달 주주총회 전까지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 만료가 내년인 사외이사는 31.8%(387명), 2026년은 16.7%(203명)이었다.
겸직 인원 86명은 심층 분석 대상에 올랐다. 이들 성별은 남성이 79.1%(68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출생 연도로는 1965~1969년이 30.2%(26명)로 가장 많았고, 이 중에선 1966년생이 8명으로 최다였다. 이동열(현대위아·대한전선), 조현욱(삼성중공업·롯데칠성음료), 조화순(LG화학·기아) 사외이사 등이 포함됐다.
경력은 대학 총장이나 교수 등 학계가 38.4%(33명), 행정 관료 출신이 34.9%(30명)이었다. 전직 장·차관은 14명이었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호텔신라·HD현대오일뱅크),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삼성물산·CJ ENM) 등이다. 나머지는 판·검사 및 변호사(13명)와 기업가 출신(10명)이 차지했다.
연구소 측은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사외이사 중 1명 이상은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주주 추천 인사로 선임하거나, 사외이사 중 일부를 상근시켜 경영진 견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사외이사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