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공시가는 높아져 국민 세 부담이 과도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올해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2% 올라 부동산 보유세가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 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민생토론회를 열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는데 집 한 채 가진 사람도 보유세가 약 두 배로 증가했다”며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자 이를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생토론회에서 공공이 마련하는 ‘든든전세주택’을 2년간 2만5000가구 공급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저소득층 및 청년을 위해 시세보다 최대 70% 저렴한 월세로 20년간 살 수 있는 신축 매입임대주택도 2년간 7만5000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국 공동주택 1523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 전국 평균으로 1.52% 오른다. 지난해에는 집값이 내려간 데다 정부가 2020년 수준(69%)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해 공시가격이 18.61%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 경기 등 7곳의 공시가격이 오르고, 대구 부산 등 10곳은 떨어졌다.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세종으로 6.45%에 달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의 보유세가 32% 늘어나는 등 강남권 고가주택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락/도병욱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