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공시가격은 1.52% 올라 2005년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1년(0.3%)과 2014년(0.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변동률을 보였다. 17.2% 뛴 2022년과 18.61% 급락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지난해와 같은 69%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가격 변동이 공시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별 편차가 커진 모습이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부분 지역의 공시가격이 뒷걸음질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조사·산정한 전국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1523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다음달 8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받는다고 19일 밝혔다.
정부가 현실화율을 동결하면서 올해는 시세 변동이 공시가격 차이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77% 하락했으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3.64% 올랐다.
이 같은 가격 변화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역마다 엇갈렸다. 세종의 상승률이 6.45%로 가장 높았다. 서울은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3.25%를 나타냈다. 대전과 충북은 각각 2.62%, 1.12% 올랐다. 경기(2.22%)와 인천(1.93%) 등 수도권도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세종은 공시가격 변동 폭이 가장 큰 지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21년 70.24% 급등한 뒤 2022년엔 전국에서 유일하게 4.57% 하락했다. 지난해엔 30.68% 내리며 전국에서 낙폭이 가장 큰 지역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올해 다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돌아서며 집주인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는 지난해 계속된 미분양 여파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 공시가격이 4.15% 내렸다.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대구는 1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1만124가구에 달했다. 경북(-0.92%) 경남(-1.05%) 충남(-2.16%) 등 지방의 공시가격이 모두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뿐만 아니라 지역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공시가격이 더 오르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매매시장 한파는 올해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