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5대 시중은행, 정책금융기관 등이 2030년까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452조원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높아지는 각국의 기후 관련 무역장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자금은 저탄소 공정 설비 증설,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등에 투입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9일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정책금융기관장, 5대 시중은행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탄소 배출 40% 절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탄소 배출 품목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이 생존 과제로 부상했다.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 및 제품 개발을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2030년까지 420조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연평균 자금 공급액은 60조원으로 지난 5년 평균인 연 36조원 대비 67%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이 약 8597만t 감축될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 감축 목표의 29.5%에 달하는 규모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증설을 위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이 9조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한다. 정책금융기관은 14조원의 후순위대출을 공급한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이 이 펀드에 내는 자금의 위험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100%로 인하할 방침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부담을 줄여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는 조치다.
탄소 포집, 친환경 패키징 등 기후기술 분야에는 민관 합동으로 2030년까지 9조원을 투자한다. 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출자해 2030년까지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를 조성한다. 정부는 혁신성장펀드에서 5조원을, 성장사다리펀드에서 1조원을 끌어온다는 방침이다.
기후기술 분야는 연평균 24.5%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EU에 비해 최대 3년가량 기술 격차가 벌어져 있으며 중국에는 1년 차이로 쫓기고 있다.
정부는 기후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친환경 경제활동 기준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적용하는 대상을 기존 채권에서 여신, 공시, 주식·펀드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금융위와 환경부는 금융권과 공동으로 녹색여신 관리 지침을 만든다. 상장 기업이 기후공시에 쓸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침을 마련하는 등 녹색투자 기준도 다듬기로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