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리사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 재무제표상 가정·추정치 항목이 늘어나면서 통계적으로 이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보험계리사 역할이 중요해져서다. 보험사와 회계법인, 계리 컨설팅 회사 간 보험계리사 쟁탈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소속 보험계리사 수는 1273명으로 집계됐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보험계리사는 △2020년 1114명 △2021년 1141명 △2022년 1173명 등 매년 30명 안팎 증가해왔다. 작년에는 1년 만에 100명 급증했다.
보험계리사는 수학·통계적 분석을 활용해 보험사 전반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전문가다. 주로 신규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예측해 보험료를 산출하는 업무를 맡는다. 미래 현금흐름 예측을 통한 전사적 경영관리 역할도 한다. 특히 IFRS17 시행 이후 위험률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통계를 분석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보험계리사 역할이 중요해졌다.
회계법인도 보험계리사 인력 조직을 키우고 있다.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한영·안진)의 보험계리사 직원은 2020년 28명에서 지난해 66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감사인의 계리적 가정 검증 업무가 늘어나면서 계리사 필요성도 덩달아 커졌다는 설명이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보험계리사를 웃돈을 주고 영입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보험계리사 자격증 없이 계리 업무에 투입된 직원까지 포함하면 4대 회계법인을 합해 2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리사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험업계는 대체로 3000명 이상의 보험계리사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대비 보험계리사 위상이 낮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수 인력이 계리사 직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보험계리사법 입법 등을 통한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보험계리사 관련 규율은 다른 전문직 집단인 공인회계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등과 달리 독립된 법령 없이 보험업법과 그 하위 법령에 산재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