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폐기물' 부분의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6.8% 감축으로 설정했다. 이는 건물, 수송, 폐기물 등 주요 8개 부문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만난 정재웅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 이사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최전선에 한국환경공단이 서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자원순환, 기후변화대응, 온실가스 감축 정책 지원, 자동차 환경사업, 대기질 관리 등 다양한 환경 관련 사업을 실시하는 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전국의 학교나 회사, 군부대는 감염 방지를 위해 '플라스틱 가림막'을 설치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하면서 가림막은 순식간에 '애물단지'가 됐다. 수거·회수 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국토 곳곳에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할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선 것은 한국환경공단이었다.
우선 유관기관과 협업해 수거·회수 사업자 발굴에 나섰다. 적극적인 수거 참여를 돕기 위해 '재활용 실적 보상제'도 도입했다. 4400개소의 학교와 군부대가 적극 참여하면서 수천 톤의 가림막을 재활용할 수 있었고 '쓰레기'는 19억원의 경제적 가치로 전환됐다. 465톤의 온실가스까지 감축한 건 덤이다.
정 이사는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회수 체계를 마련하려 했다"며 "특히 폐기물이 다량 발생하는 분야별로 자원순환 관리 체계를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단은 제조 분야에서는 회수 체계 개편을 통해 폐에어컨 회수 실적을 전년 대비 45%나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가정용 에어컨의 경우 LG·삼성 등 제조사 설치 기사가 방문해 새 에어컨을 설치해주면 그만큼 '폐에어컨'이 배출된다. 설치 기사 입장에서는 배출된 폐에어컨까지 자신의 차량으로 시간을 들여 회수해야 한다.
정 이사는 설치 기사에게 이 비용을 지원하는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폐에어컨은 순식간에 설치 기사들에게 '애물단지'에서 '쿠폰'이 됐다. 이런 회수 관리체계 개편 이후 지난해 수거 대수는 무려 33만4000대에 달한다.
유통 분야에서는 GS리테일과 함께 1만6000개 매장에서 발생하는 온장고 등 불용 폐가전제품을, 금융 분야에서는 우리은행 전국 700여개 점포에서 폐기되는 사무기기(ATM) 등에 대해서도 수거체계를 구축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잡고 택지개발사업 현장에서 주민 이주 시 발생하는 폐가전에 대해서도 회수 체계를 마련했다.
이런 적극 행정이 쌓이면서 공단은 지난해 경기 침체로 폐가전제품 배출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재활용 목표 42만1000톤을 9%나 초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정 이사의 다음 목표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EPR 제도는 제품·포장재 생산자에게 폐기물에 대한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생산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품질 재생 원료를 사용한 기업의 부담을 경감해 주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되레 줄고 있다. 2003년부터 제도를 도입한 한국의 EPR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모범 사례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UN 플라스틱 오염방지 협약'에도 EPR 제도가 핵심으로 명시된 상태다.
정 이사는 "베트남은 한국 모델을 이미 도입했고, 몽골과 말레이시아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며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UN 국제 플라스틱 오염방지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 위원회 최종 회의에서 성과를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해 제도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