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주요 은행들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분쟁 조정 기준안 발표 일주일 만에 회동을 가졌지만 자율배상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오후 6시 은행연합회관에서 은행연합 이사회와 정례회의 겸 비공개 만찬을 열었지만 홍콩 ELS 자율배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SC제일·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케이뱅크 등 11개 은행장들로 구성돼 있다.
이 원장은 비공개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ELS 배상 등) 현안과 관련된 사항은 이번주, 다음주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서 각 기관의 입장이라든가, 그 과정에서 저희와 소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장들께 (ELS 배상안 관련 내용은) 일언반구 꺼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행장들도 금감원의 ELS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ELS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은행별로 입장이 있을 것이고, 신한은행의 경우 주주총회 이후 발표할 시점을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분쟁 조정 기준안에서 기본배상비율 및 공통배상비율을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3~50%로 정했다. 여기에 판매사 가중치(3~10%), 투자자 요소 ±45%포인트, 조정요인 ±10%포인트 등 가·감산 요소를 반영키로 했다.
실제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라 전담팀(TFT)을 꾸리고 기본배상비율과 투자자별 배상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소송 우려는 없는지 법률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다음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배상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그 이후에 분쟁조정 기준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