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18일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여권에선 ‘친윤’ 스피커인 이 의원이 사실상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지역구 공천 과정부터 쌓여온 불만을 터뜨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아라”
이 의원은 이날 SNS에 “오늘 발표된 국민의미래 후보 공천 결과가 아쉽다.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날 그는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지고,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출신 2명이 당선권에 포함된 상황에서 온갖 궂은 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들이 배려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더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직접 발탁한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과대 부교수가 각각 당선권인 15번과 12번에 배치된 것을 직격한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24번), 당직자 임보라 전 국민의힘 당무감사실장(29번) 등은 당선이 쉽지 않은 뒷번호에 배정됐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고도 썼다. 이를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일개 재선 의원이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지도부에 후보 등록일 전까지 고치라는 건 통상 있기 어려운 일”이라며 “사실상 대통령실 의중을 전달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미래 공관위 측은 “(공천은) 절차상 하자 없이 진행됐다”며 “본인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의도적 흠집 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은 윤·한 갈등 ‘노심초사’비례대표를 둘러싼 불만 물밑에는 도태우 변호사(대구 중남구)와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부산 수영구) 등 친윤 인사의 잇단 공천 취소도 한몫했다는 게 여권의 해석이다. 두 인사는 지역구 후보로 확정됐으나 ‘막말 논란’으로 인해 공천이 취소됐다. 특히 장 전 최고위원은 경선에서 이긴 뒤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축하 전화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의 공천 취소 결정에 윤 대통령이 이 의원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장 전 최고위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기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친윤 인사가 “야당과 당내 일부의 ‘친윤 공천’ 프레임은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다”며 오히려 지역구 공천에서 ‘윤심(尹心)’을 당내 친한(친한동훈)계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인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동료 검사를 비롯해 장·차관, 대통령실 출신 등이 원천배제되거나 험지에 공천받은 것을 사례로 들었다.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견이 생기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이 ‘챙겨 주는’ 공천 관행을 깨면서 불씨가 된 것 같다”며 “자기 사람들을 당 관례와 원칙에 맞지 않게 배치한 건 사천(私薦)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설지연/정소람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