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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구글의 AI인 제미니 엔진을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해 논의중이며 성사되면 AI산업을 뒤흔들 블록버스터 합의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두 회사가 올해 아이폰 소프트웨어에 추가될 신기능으로 구글의 생성 AI 모델 세트인 제미니를 애플이 사용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두 업체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으로 이 날 뉴욕증시 개장전 거래에서 알파벳(GOOGL) 주가는 3.7% 크게 올랐다. 애플은 0.5% 상승했다.
구글의 AI인 제미니 엔진은 삼성전자가 올해 초 첫 AI스마트폰을 출시할 때 이미 엔진으로 채택됐었다.
애플(AAPL)과 구글간의 거래는 두 회사의 검색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구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GOOG)은 아이폰 및 기타 장치의 사파리 웹 브라우저에서 구글을 기본 옵션으로 만들기 위해 애플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왔다. 양측은 AI 계약의 조건이나 브랜드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이행 방법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애플은 최근 오픈AI와도 논의를 진행해 오픈AI의 모델 활용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되면 아이폰을 포함한 장치가 전세계적으로 약 20억대 가까이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제미니도 수십억 명의 잠재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가지 부작용이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첫째는 애플이 자체로 AI 사업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며 둘째로는 초거대 기술기업간의 파트너십인만큼 추가적으로 독점 금지 조사를 받을 우려도 있다.
작년 초부터 애플은 '에이잭스'라는 코드명으로 생성 AI 기반 기술인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을 테스트하고 일부 직원들은 애플 GPT라는 기본 챗봇을 시험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의 기술이 구글이나 다른 경쟁업체의 도구보다 여전히 뒤져서 파트너십을 고려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폰의 판매 부진에다 AI 레이스에서도 뒤처지는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되면서 올해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3,300억 달러 감소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 자리는 오픈AI와의 적극 협력으로 AI 사업을 확대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FT)에게 넘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현재 3조1,000억달러에 달하며 애플은 2조7,000억달러이다. AI 컴퓨팅 파워를 위한 군비 경쟁속에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한 엔비디아(NVDA)는 시가총액 2조2,000억달러로 애플과의 차이를 5,000억달러 정도로 좁혔다. 애플을 앞뒤로 몰아붙인 두 회사 모두 AI 덕분에 주가가 올랐다.
구글과 애플의 검색 분야 계약은 이미 미 법무부 독점금지소송의 초점이 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두 회사가 검색 시장을 모바일 기기로 독점하기 위해 단일 기업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해왔다. 애플과 구글간의 검색 분야 협력은 EU(유럽연합)에서도 소송 대상이 되고 있어 애플은 소비자들이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 이외에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애플과 구글간의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애플이 오픈AI 같은 다른 생성AI 업체와 협력하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 최근 AI스타트업인 앤스로픽이 클로드라는 챗봇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미니는 지난 달 시스템이 AI로 생성하는 이미지에서 인종적으로 부적절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돼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 이미지 생성 기능이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한편 애플은 올해초 10년간 내부적으로 추진해온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한 만큼 AI와 관련된 계획이 특히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