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18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즉각 귀국’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이 대사의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밝힌 공수처를 향해선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3주 앞두고 ‘해외 도피’라는 야당 공세에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사는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며 ‘선(先)소환 후(後)귀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제기된 ‘즉각 귀국’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공수처가 뒤이어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수처는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며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사가 지난 7일 출국하기 전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4시간 조사를 받았고 공수처에서 다음 수사 기일을 정해 알려주겠다고 했다”며 “사실상 출국을 양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사에게 귀국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소환을 통보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소환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과 관련해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고 밝혔다. 다만 황 수석의 거취와 관련, 경질 등 인사 조치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황 수석이 자진사퇴할 것이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수석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