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6일 오전 8시 31분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했을 때 투자은행(IB)업계에선 우려의 시선이 컸다. 국내 벌크선사 팬오션 인수로 성공했을지라도 보험업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강도 체질 개선 끝에 롯데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016억원을 달성했다. 1946년 대한화재해상보험으로 출범한 이래 최대 실적이다. 기본기에 집중하는 JKL파트너스의 ‘가치 제고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JKL파트너스는 단기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보다 암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에 승부를 걸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토대로 향후 얼마만큼 이익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JKL파트너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공법’을 택했다.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과 손잡지 않고 롯데손보의 상품만 다루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키웠다. 2019년 1200명이었던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3000명으로 늘었다.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신상품도 적극 내놨다. 그 결과 롯데손보의 장기 보장성보험 비중은 2019년 말 52.6%에서 지난해 말 86.2%로 뛰었다.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작년 12월 말 롯데손보의 CSM은 2조3966억원으로 같은 해 3월 말(1조6774억원)보다 42.9% 증가했다. 지난해 9월 말 롯데손보의 신지급여력(K-ICS) 비율은 당국의 권고기준(150%)을 웃도는 208.4%다.
금융업에 정통한 인사로 ‘드림팀’을 꾸리는 전략도 주효했다. 인수 직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서기관 등을 지낸 최원진 롯데손보 사내이사(현 JKL파트너스 부대표)를 대표로 임명했다.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 거물급 인사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롯데손보는 체질 개선을 기반으로 올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JP모간은 조만간 국내 금융사 등 잠정 매수자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할 예정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