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지속,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주택뿐만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수도권 노른자위 상업용지 매각에서도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인천 e-스포츠 경기장 사업’도 최근 민간 업체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토지 매각이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선 ‘인천검단 103역세권 커낼 콤플렉스 사업’은 참여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토지 매각이 무산됐다. LH는 10만2674㎡ 부지에 1000여 가구의 대단지와 대형 쇼핑몰, 문화콘텐츠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특히 350석 규모의 e-스포츠 경기장을 비롯한 게임산업 중심 복합개발 방향을 제시해 공모 초기 관심을 끌었다.
이 부지는 3단계에 걸쳐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검단신도시와 맞붙어 있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천지하철 1호선 103역(예정)과 붙은 것도 장점이다. 높은 사업성을 이유로 공모 당시엔 1만7500㎡를 웃도는 판매시설을 입점시켜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LH는 이달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후속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전체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에선 비싼 공급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공급 예정가격으로 4435억원을 제시했다. 최근 치솟은 공사비를 고려하면 총사업비가 1조원을 넘길 것이란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비 조달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조단위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업체가 없을 것”이라며 “상업시설은 기존 부지와 경쟁해야 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내 다른 상업용지도 비슷한 사정이다. 최근 LH는 수도권에서 각종 혜택을 내걸고 상업용지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참여자를 찾지 못해 유찰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경기 의왕시의 월암지구 상업용지와 파주 운정3지구 업무복합용지, 인천 남동구 도시첨단지구 상업용지 등이 모두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LH 관계자는 “매매 후 일정 시점이 지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토지리턴제를 적용하거나 사용 가능일을 앞당기는 혜택을 주고 있다”며 “최근에는 토지 구입 때 발생하는 인지세도 반을 분담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업용지는 미분양 우려가 더 크다”며 “토지 매각가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 침체도 매각 불발 요인”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