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 상용차 플랫폼 ‘ST1’을 최초 공개했다. 사용 목적에 따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차량 플랫폼이다. 승용 전기차에 집중해온 현대차는 ST1을 기반으로 상용 모델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차 이름인 ST1은 ‘서비스 타입(Service Type) 1’의 줄임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ST는 다양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뜻한다”며 “1은 그중 첫 번째 모델이란 뜻”이라고 설명했다.
ST1은 차량 뼈대(섀시)와 운전석을 포함한 객실(캡)만으로 구성됐다.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 상용 트럭과 달리 캡 뒤쪽에 적재함이 없다. 대신 소비자 요구에 따라 사용 목적에 따라 적재함을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다. 냉동·냉장 칸 크기를 자유롭게 설계한 택배용 차, 사무공간을 겸할 수 있는 특장차 등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현대차는 우선 상용 트럭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카고(일반 화물)와 카고 냉동(냉동 화물) 모델로 ST1을 먼저 만들어 올 상반기에 국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ST1 카고와 카고 냉동 모델은 섀시캡 플랫폼에 각각 일반 적재함과 냉동 적재함을 장착해 물류·배송 사업에 특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ST1 개발 초기부터 국내 주요 유통 기업과 긴밀히 소통해 실제 고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차량에 반영했다”며 “개발 단계의 샘플 차량을 직접 고객사 사업에 투입해 테스트하기도 했다. 물류·배송 사업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ST1의 외장 디자인을 하면서 안전성과 실용성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면부는 세미 보닛 타입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보닛의 절반 정도가 승객실보다 앞으로 돌출돼 있어 충돌 때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차량 앞부분이 긴 만큼 충돌 공간을 더 확보해 차체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 범퍼, 측면 사이드 가니쉬, 후면 트윈 스윙 도어 테두리 등 긁힘이 자주 생기는 부위엔 까만색의 보호대를 둘렀다. 차량을 보호하는 동시에 세련미를 살렸다는 설명이다.
지상고는 최대한 낮췄다. 적재함 용량을 극대화하고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때도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작업자가 적재함을 오르내릴 때도 더 편리하다. 또 유선형의 루프 스포일러, 승객실과 적재함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연결하는 가니쉬를 적용해 공력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현대차는 ST1으로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도 더욱 입지를 단단히 하겠다는 포부다. 현재까지 현대차의 전기 상용차는 1t 전기트럭인 포터가 사실상 전부였다. 현대차로선 상용차 시장의 친환경화에 발맞춰 ST1으로 전기 상용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 기아 역시 2025년 출시할 PV5를 시작으로 전기 PBV(목적기반차량)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