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후 6시 은행연합회 이사회와 정례회의 겸 비공개 만찬을 통해 회동 자리를 갖는다. 금감원의 홍콩 ELS 분쟁 조정 기준안이 나온 이후 일주일 만에 열리는 자리인 만큼 홍콩 ELS 자율배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SC제일·한국씨티은행, 광주은행, 케이뱅크 등 11개 은행장들로 구성돼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분쟁 조정 기준안에서 기본배상비율 및 공통배상비율을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3~50%로 정했다. 여기에 판매사 가중치(3~10%), 투자자 요소 ±45%포인트, 조정요인 ±10%포인트 등 가·감산 요소를 반영키로 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3일 개인투자자들과의 열린 토론 후 취재진과 만나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태가 발생 시 개별적으로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하면, 비용이나 시간 노력, 정보 비대칭 측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당국이 불가피하게 책임 분담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소송을 통한 장기전으로 가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은행이 선제적인 자율배상에 나서면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단 주장과 관련해선 "분쟁조정기준안을 법원이 적용하는 기준에 준해 마련했다는 점은 법률적 근거에 따른 것이고, 소비자와 책임을 분담하는 방안이 개별 금융사 배임 이슈에 연결된다는 점은 조금 먼 이야기"라며 판매사에도 적극적으로 자율배상에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자율배상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규제가 8%인데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경우 15.31% 수준"이라며 "지난해 말 (은행) 당기순이익도 1조3000억원 규모 상생금융, 추가 충당금 적립이 재무제표에 반영됐음에도 전년보다 당기순이익이 더 좋게 나온 상태"라고 일축했다.
이날 정례회의에선 비예금상품 불완전판매 대책들에 대한 의견도 나올 전망이다. 현재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의 판매를 은행에서 전면 금지하는 방안과 판매 채널을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서 어느 상품을 파느냐 마느냐 보다 시스템을 갖춰서 고객의 자산관리 선택권을 줘야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서 고객의 선택권이 좁아지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며 고위험 상품 판매 전면금지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