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소장이 한 건 접수됐다. 피고는 삼성전자, 원고는 KP이노베이션스2. ‘특허 괴물’로 불리는 미국 NPE(non practicing entity·특허자산관리업체)가 “삼성 폴더블폰이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2개씩 장착한 청각장애인 및 외국인용 통역기기 특허를 KP이노베이션스2가 사들였는데, 삼성 폴더블폰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2개씩 장착한 제품은 뭐든 특허 침해라는 주장”이라며 “무차별 소송으로 기업에 부담을 준 뒤 합의금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향한 특허 괴물들의 공격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권리 범위가 넓어 여러 제품에 적용될 수 있는 특허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관련 제품을 내놓는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통신장비 분야 등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중 제품군이 가장 넓은 삼성전자가 이들의 ‘1번 사냥감’이 된 이유다.
17일 특허정보 분석업체 유니파이드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5년(2019~2023년)간 미국에서만 404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4.5일에 한 번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08건의 원고는 NPE였다.
NPE가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5년간 NPE가 낸 특허 침해 소송 건수를 보면 삼성(208건)이 구글(168건) 애플(142건) LG전자(85건) 아마존(74건) 등을 크게 웃돈다.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원은 “NPE는 기술적 가치는 높지 않지만 권리 범위가 넓은 특허를 상대적으로 싸게 사들인 뒤 소송에 활용한다”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과거보다 훨씬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