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대기자금이 열흘 사이 4조원 이상 빠졌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53조4824억원으로 집계됐다. 4일 57조8852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열흘 사이 4조4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1주일 새 2700억원이 빠져나갔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환금성이 높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최근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자 증시 대기성 자금이 코인 시장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7만달러를 넘어선 뒤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다. 14일에는 7만3797.97달러(약 9820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14일 1년11개월 만에 2700선을 넘어섰지만 다음날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에 다시 2660대로 주저앉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주일 새 5700억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3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리 인하 기대로 국내·해외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200억원씩 늘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