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7년 7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美·中 반도체 공정 가스 제어 부품 시장 본격 진출로 올해 영업이익 2배 이상 증가에 도전하겠습니다. 3년 내 매출 2500억원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강두홍(56세) 아스플로 대표는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인터뷰는 올해 처음이다. 이 회사는 2005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공정 가스 강관을 개발한 업체다. 당시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가스 공급 부품(튜브, 파이프, 밸브, 필터 등)을 국산화했다. 본사는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정남산단로 38에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40분 거리에 있다. 본사는 건평 5600평, 대지 3600평으로 2021년 대규모 설비를 구축해 원가 절감 체제를 구축했다. 연간 생산 능력은 3000억원(풀가동 시) 규모다.
5000만원 맡겼다가 깡통계좌 … 벤처창업자금 지원 받아 사업 성공
엔지니어 출신인 강 대표는 사업가로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진일특수란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생활하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독립을 준비했다”며 “당시 창업자금 5000만원을 증권사 다니는 친구에게 불려달라고 맡겼는데 이른바 깡통계좌가 됐다”고 말했다. 그 중 2000만원은 지인에게 빌린 돈이라 앞날이 캄캄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창업자금을 지원받아 현재 시가총액 1383억원의 회사 오너가 됐다. 그의 지분율은 54.54%로 주식 평가액만 754억원이다.
아스플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차 협력사다. 2000년 5월 1일 사업 시작(2001년 11월 28일 법인 설립) 후 20년 넘게 공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스플로 매출의 절반을 ‘반도체 빅2’가 먹여살리는 것이다. 강 대표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가스 종류가 40여 종에 이를만큼 다양하고 순도 99.99999% 이상을 유지해야 할 만큼 대단히 민감하며 부식성이 강한 것도 있는데, 이러한 고순도 가스를 반도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스틸 튜브·밸브·레귤레이터·필터 등의 각종 부품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플로는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램 리서치 등 200여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강두홍 대표 “모듈팀 실적 본격 반영 … 사상 최대 실적 도전”
강 대표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매출(전년비 2.03% 하락)과 영업이익(40% 하락)이 뒷걸음질 쳤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며 “미래를 위해 고급 인력을 채용했고, 모듈팀 실적이 본격 반영되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스플로는 2020년 매출 447억원, 영업이익 48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868억원과 영업이익 63억원으로 ‘실적 우상향’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 103.72%, 자본유보율은 813.28%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객층을 넓히고 두텁게 만들 계획이다. 강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모듈(공정가스 공급에 사용되는 튜브-피팅-밸브-필터가 하나의 번들로 조립된 제품) 시장은 약 10조원 정도인데, 올해부터 치고 달릴 예정이다”며 “사내 모듈팀이 5년간 테스트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성과를 내는 시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사 입장에서는 밸브, 파이프 등 하나하나 받는 것보다 모듈 제품을 쓰는 게 관리의 편리성과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스플로 입장에서는 단위 부품 제품 공급 때보다 매출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장점이 있다. 사측은 올해 반도체 모듈 시장에서 15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 바이오, 태양광,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가스 공급 장치의 소재 부품 실적도 더한다. 강 대표는 “매출 규모는 적지만 아미코젠 향으로 바이오 시장에 진입했다”며 “다양한 산업에 제품이 쓰일 수 있게 공격 영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사업 협력을 하고 있다. 중국 태양광 시장 진출도 노린다.
“3분기 美 법인 설립 … 내년 3분기엔 中 생산공장 완공”
강 대표는 “오는 3분기 미국 법인(텍사스주 오스틴 유력)을 설립하면 마이크론,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인텔과도 거래가 예상된다”며 “올해 미국에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한국 업체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며 “내년부터 미국 매출이 정상궤도로 올라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미국 러브콜’이 이어져 내년에 美 공장을 지을지, 멕시코 접경지에 생산 기지를 만들지도 고민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2021년 5252억달러에서 2025년 6172억달러로 연평균 5.4%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 시장도 공략한다. 강 대표는 “내년 3분기 中 파이프·튜브 생산 공장(후저우시 난싱구 쌍림진)이 완공된다”면서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팔면 가격 경쟁력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평 8000평 정도인 이 공장은 생산 능력이 약 3000억원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퀀텀점프 시기는 2026년으로 잡았다. 해외 진출 확대로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625억원(이익률 25%)에 정조준한다.
이 같은 청사진에도 주가는 박스권이다. 주가는 1만370원(22일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0.38% 하락했다.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6만8516주에 그칠 정도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지난해 고점(2023년 7월 17일 1만6900원)과 비교하면 38.64% 떨어졌다. 주가 안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자사주 취득 40억원 규모의 신탁 계약을 맺고 이중 절반은 완료했다.
다른 주가 부양책이 있을까. 강 대표는 “당분간 성장에 집중하고, 회사 체질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에 설치되는 소재부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다”며 “장비용 부품 및 모듈 부품 사업 영역을 확대해 시공용 부품, 장비용 부품, 모듈 부품 사업 비중을 1:1:1로 바꾸겠다”고 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사업을 확대해 반도체 산업 글로벌 강소기업 도약을 노린다.
“끊임없는 기술 경쟁으로 사업 확장” … 반도체 업황 둔화 땐 타격
강 대표는 “반도체 산업은 고급 기술의 집약체로 미국이나 일본 기업에서 공급하는 기존 제품을 고수하는 보수적 산업이다”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품질 관리 평가를 거쳐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 그 수준을 매년 유지해야 메이저 반도체 장비 제작사와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품질 검증 절차가 완료되면 부가가치가 높고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된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가스 공급용 소재 부품 기업들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는 이유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는 기술 경쟁으로 확장성의 가치에 집중해 대형 회사들과 거래 실적을 늘려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 키워드는 확장성이다.
다만 반도체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고, R&D(연구개발) 능력이 뒷받침돼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업황 사이클도 있고 투자가 계획대로 안 되면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다.
총 주식 수는 1333만4739주다. 강 대표가 지분 54.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사주는 1.47%, 외국인 지분율은 1% 미만으로 유통 물량은 40%가 조금 넘는다.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은 187억원, 부동산 자산은 248억원이다.
‘깡통계좌’에서 750억원대 주식 부자로 거듭난 강 대표는 청춘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그는 “일본, 이스라엘서 가스 배관 기술을 배웠다”며 “글로벌 마인드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일자리는 넘치는데 사람이 부족한 게 눈에 보인다”며 “한국인의 장점은 근면 성실이다”며 “기회가 많은 곳에서 고생을 각오하고 도전한다면 한 단계 성숙해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실리와 성실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며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인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과 회사, 사장과 직원, 나 자신과 모두는 신뢰라는 바탕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조업의 경우 일확천금은 없다”며 “성실함으로 꾸준히 한길을 걷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증권가 “고배당·무상증자 등 주주친화책 필요”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청정 튜브를 국내 최초로 만들고, 2021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으뜸 기업에 선정될 만큼 기술력이 좋은 게 강점이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해외 고객사 다변화가 잘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이 발생했다”며 “작년 전방 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또 “이익 구조가 비교적 안정된 것에 비해 최근 주식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고배당·무상증자 등 주주친화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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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