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친다"…선 넘은 엔하이픈 中 사생팬에 '발칵'

입력 2024-03-17 10:42
수정 2024-03-17 10:54
한국의 한 보이그룹의 중국 스케줄에 현지 사생팬들이 따라붙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은 주차장을 점거하는 것도 모자라, 가수의 노래를 틀어놓고 '랜덤 댄스'까지 추고 있었다.

그룹 엔하이픈은 지난 16일 스케줄을 위해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이후 X(구 트위터)에는 엔하이픈 숙소로 추정되는 건물 주차장에서 멤버들을 기다리는 사생팬들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엔하이픈 제이로 추정되는 멤버가 차량에서 하차하자 사생팬들이 우르르 뛰어들어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건장한 체격의 현지 경호원의 제지도 소용없었다. 경호원은 소리를 치며 이들의 접근을 말렸고 엔하이픈 멤버들은 사생팬들의 틈새를 비집고 숙소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한국 팬은 중국 사생팬들의 영상을 게재하며 "이게 실화냐. 지금 애들 숙소 지하 주차장에서 랜덤 댄스를 벌이고 있다"며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서 중국 사생팬들은 엔하이픈의 '스위트베놈'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환호했다.

한국 팬들은 "정말 무섭다. 사고 날 것 같다", "중국 사생들은 어나더 레벨이다. 자기 가수 다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기내에서도 바로 멤버 옆자리에서 사진 찍은 사생도 있더라. 소름 끼친다", "주차장에서 웬 춤이냐. 이것도 문화냐"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팬들도 이 영상을 본 후 "엔하이픈에게 더 이상 가까이 가는 것을 멈춰달라", "아티스트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냐", "미쳤다. 정말 부끄럽다", "난 중국인이지만 그들이 중국에 오는 걸 원치 않는다.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며 사생팬들이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생팬은 밤낮없이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극성팬을 뜻한다. 사생들은 '팬심'이라는 맹목적인 이유 하나로 가수 혹은 배우의 개인 정보를 알아내고, 스스로 알기 어려울 땐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렇게 알아낸 개인정보로 비행기 시간, 좌석, 숙소 등을 알아내 곁을 맴돈다. 연예인이 해외 스케줄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하면 그들 좌석 주위에 탑승해 함께 이동하는 사생들도 있다.

연예인들은 심각한 사생활 피해를 호소하며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또 간혹 사생들의 지나친 행동이 사고로도 이어진다. 아이돌 팬덤에서도 사생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사생은 팬이 아니다"라며 팬덤 내부에서도 자정 운동이 생기기도 했다.

해외 사생팬의 경우 더 심각하다. 학업을 포기하고 유명인을 따라다니며 스토킹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다 논란이 된 사건도 있다. 국내에서도 활동했던 한 중국 배우 왕이보는 차량에서 불법 위치 추적 장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다니기 위함이었다.

이에 중국 당국은 '혼란스러운 팬 문화 근절을 위한 10가지 계획'이라는 조처를 발표하고 사생팬들을 향한 제재에 나섰지만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