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엉덩이를 후임병 얼굴에…"방귀 장난" 해명에도 '성추행'

입력 2024-03-16 07:27
수정 2024-03-16 07:31

군 복무 중 생활관에서 발가벗은 채 엉덩이로 후임병의 얼굴을 문지르고, 엉덩이를 깨문 선임병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이수웅)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2)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수강과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육군 모 부대 병사로 근무하던 지난해 5월 12일 오후 10시께 부대 생활관에서 관물대에 기대 TV를 보던 후임병인 B(24)씨의 얼굴과 상반신에 자신의 벌거벗은 엉덩이 맨살을 문지르는 방법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같은 해 7월 1일 오후 8시께 같은 부대 생활관에서 엎드려 있는 B씨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깨문 혐의도 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방귀를 뀌는 장난을 치려다 엉덩이가 피해자의 얼굴에 닿았을 뿐 추행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다소 심한 장난을 쳤을 뿐 강제 추행 고의성이 없다는 것.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행해진 유형력의 행사인 만큼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추행으로 평가되고 고의도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행위를 용인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라고 볼 수도 없다"면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옷과 속옷을 모두 벗은 채로 엉덩이를 타인의 얼굴에 들이대고, 엉덩이를 깨무는 등의 행위는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라며 A씨의 행동을 강제 추행이라 판단했다. 다만 "자기 행동을 반성하고 초범이며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면서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군 복무 중 재판은 일반적으로 군사법원을 통해 이뤄지지만, 성범죄는 병영 내 사망사고, 입대 전 범죄와 함께 일반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고, 재판도 민간의 일반 법원에서 받게 된다. 2023년 국방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2년 한해 성범죄로 입건되는 건은 1600여 건, 현역군인의 성범죄 재판 수가 2019년 434건에서 2022년 919건으로 3년 사이에 2백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군인 성범죄에서 피해자가 같은 군인인 경우에 처벌 수위가 일반 형법에 규정되어있는 것보다 높다. 형법상 강제추행은 징역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지만 군인에 대한 강제추행죄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