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화제의 책 <돌이킬 수 없는 손상(Irreversible Damage)>을 쓴 아비가일 슈라이어는 논쟁적인 작가다. <돌이킬 수 없는 손상>에서 최근 미국 10대 여성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성별 불쾌감’(GD: Gender dysphoria) 문제를 지적하며 트랜스젠더의 위험성에 정면으로 도전한 슈라이어 작가는 성 소수자들에게 극렬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성별 불쾌감은 ‘타고난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 사이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자신이 잘못된 성별로 태어났다고 느끼고 유행처럼 성전환 수술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국 사회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슈라이어 작가가 두 번째로 도전한 주제는 ‘정신 건강 산업’이다. 지난 2월 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나쁜 치료(Bad Therapy)>는 미래 세대에게 독처럼 작용하는 무분별한 상담 치료의 문제를 통렬하게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은 심각한 상황이다. 청소년 자살률이 오르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항우울제 처방이 늘고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그리고 각종 정신 질환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정신 상담이나 상담 치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인다.
책에서 저자는 문제가 젊은 세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 건강 전문가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아동 심리학자, 부모, 교사, 그리고 청소년 세대와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최근 유행하는 정신 건강 산업이 미래 세대의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고발한다.
정신 상담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교사가 학생을 훈육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저자는 “범람하는 정신 상담과 무분별한 치료가 아이들을 불안, 우울의 악순환에 가둬두거나 감정적 혼란, 분노, 심지어 폭력을 조장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치료적 관점에 푹 빠져 있는 부모와 상담가에 의해 양육된 어린이, 청소년이 오히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이거나 자기중심적인 경우가 많다. 외부 세계를 향해 도전하는 것을 꺼리며 자기 세계 안에 갇혀 있는 것을 선호하고 자그마한 문제만 생겨도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려고 한다.
책은 미국 사회에 자리한 ‘상담 만능주의’가 미래 세대의 정서적 문해력을 약화하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감소시킨다고 경고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상담 치료 전문가가 늘고 있는데도 미래 세대의 정신 건강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다.
책은 정신 건강 산업의 불편한 현실을 고발하면서 어른 세대의 각성을 요구한다. 노심초사하는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불안이 전염됐다. 부모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손쉽게 정신 상담 세계에 자녀를 내맡긴다.
한 번 정신 상담 세계에 노출된 자녀는 예기치 않은 또 다른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저자는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며, 자녀와 관련한 일이라면 거절할 줄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에게 ‘거절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