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3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무당층'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20대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갈 곳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선거에서는 선거 한 달을 앞두고도 20대 무당층 비율이 20~30%정도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유달리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최근 한국 정당 정치에 청년에게 기대를 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년 8개월간 20대 무당층은 40%대 수준한국갤럽이 12~14일 전국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4.7%)한 결과, 무당층 비율이 17%로 나타났다. 최근 무당층 비율은 한달 간 감소세다. 2월 3주차 조사에서는 24% 정도였으나 2월 5주차부터 10%대로 내려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비슷한 가운데, 조국혁신당 등의 출현으로 지지율이 분산된 영향이다.
그러나 연령대별 지지율 추이를 보면 만 18~29세(이하 편의상 20대) 지지율은 여전히 42%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체로 연령대별 무당층 비율은 총선을 앞두고 점진적으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20대만 유독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선거와 비교해도 이러한 추세는 차이가 있다. 지난 20대 대선 한 달 전만 해도 20대 무당층 비율은 20~30% 수준이었다. 그러다 2022년 8월부터 40%대로 올라서더니 최근까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대남'(이십대 남성)을 중심으로 2021년 돌풍을 일으켰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의 20대 지지율도 최근 3%다. 지난 2월 3주차 갤럽 조사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개혁신당의 20대 지지율은 5%를 못 넘고 있다. 최근 높은 지지율로 관심을 받는 조국혁신당의 20대 지지율도 2주째 0%다. 최근 20대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8%, 국민의힘 22%, 개혁신당 3%, 녹색정의당 2% 등 순이다.
20대 상황은 최근 좋지 않다. 지난 몇 년간 고용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추이에 아르바이트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최근에는 고물가·불경기 여파로 취업난은 물론 월세·식대 등 부담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탓에 정치사회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대 양당은 물론 제3지대에서도 청년들에게 이렇다 할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면서 청년들 표심이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 고관여 커뮤니티에서도 이따금 "정치가 싫다"는 글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고령화되는 유권자 탓에 청년 정책이 실종된 영향도 적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행정안전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5세 인구 비중은 19%로 10년 전보다 7%포인트 올랐다. 인구수로 따져보면 10년 동안 약 350만명, 증가율은 56%에 달한다.
실제 국힘의힘과 민주당의 주요 10대 공약을 보면 청년에 대한 내용은 후순위다. 민주당은 '월 3만원 청년패스' 정도뿐이다. 국민의힘은 8번째 공약으로 '청년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하면서 주택·문화예술패스·학자금·주거비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마저도 대부분 지원성 정책들이 대부분이고, 청년들이 가장 큰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정당들은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 유세 현장을 가면 젊은 층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며 "청년 정책은 부실하고 정치 양극화로 청년들이 유독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언급된 조사의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중 무작위로 추출됐고 전화 조사원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