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잘 나가더니…새로운 골칫거리 된 '좀비 공장'

입력 2024-03-15 13:38
수정 2024-03-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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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유휴상태인 내연기관차 생산 설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일부 노쇠화된 내연차 생산설비는 용도변경이 어려운 탓에 '좀비 공장'으로 남아 비용 부담만 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내 내연기관차 수요가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내연차 생산설비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연차 수요 감소에 따라 생산량도 급격히 감소했다. 유휴상태에 들어간 내연차 생산설비도 급증했다.

중국 내 내연차 생산량은 급감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내연차 생산량은 1770만대로 2017년에 비해 37% 감소했다. 오토모빌리티의 설립자인 빌 루소는 "내연차 생산량 감소에 따라 5000만대 규모의 설비 용량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0만대가량의 생산설비가 유휴상태에 들어갔다"고 짚었다.

중국 현지 매체인 이카이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현지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완성차 합작사 16곳의 공장 가동률이 50%가 넘는 곳은 5개에 불과했다. 8개 합작사의 가동률은 30%를 밑돌았다. 내연차 생산량이 급감한 결과다.

내연차 생산설비를 가동하지 않으면서 완성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노쇠화된 공장은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기 어려운 탓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내연차 인기가 떨어지면서 수출용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용도 전환에 따른 비용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FT는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자동차의 충칭 공장을 꼽았다. 현대차는 2017년 11억 5000만달러를 들여 내연차 공장을 지었다. 내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현대차는 작년 12월 초기 투자금의 25%가량의 가격에 공장을 매각했다. 현대차가 생산한 내연차의 중국 판매량도 2016년 180만대에서 지난해 31만대까지 감소했다.



현대차 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자동차, 폭스바겐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도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내연차 생산기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국에 새로운 생산설비를 확대하기 위해선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야만 한다. 해외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비야디(BYD)와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 선점에 실패한 폭스바겐은 소도시 공략을 추진했다. 인구 300만명 이하인 중국 소도시에 전기차를 공급해서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50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내 전기차 생산설비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며 "중국 인구 1000명당 자동차 소유 규모는 185대에 그친다. 미국(800대), 독일(580대)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소도시 내부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약점으로 여겨진다. 전기차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이를 구매할 동기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은 하이브리드차량(HEV) 생산량을 우선 늘린 뒤 단계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완성차 업체 니오도 폭스바겐과 비슷한 전략을 시행했다. 대량 생산 대신 다품종 생산에 초점을 맞춰 공장을 설계한 것이다. 니오의 허페이 공장장인 존 장은 "중국 내 모든 완성차 브랜드가 성공할 순 없다"며 "이제부터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