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가 '정치 잘했다. 나라 살림 잘했다.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권한 줘서 나라 살림 하게 해야 되겠다' 싶으면 가서 열심히 2번(국민의힘)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십시오."
22대 총선을 앞두고 '2찍' 발언으로 한 차례 고개를 숙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에서 쉬시라"는 발언으로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14일 오후 세종시 세종전통시장 유세 후 기자회견에 "집에서 쉬는 것도 2번을 찍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장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지금 이 상태를 견딜 수 없다', '못 살겠다', '앞으로 다른 길을 가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나가서 행동해야 한다"면서 "투표하지 않고 포기하면 그들 편을 드는 것이다. 함께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확실하게 심판하자"고 강조했다.
'2찍' 발언이 논란이 된 지 6일 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도중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젊은 남성을 향해 "설마 2찍, 2찍 아니겠지?"라고 물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2찍'이란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는 말로, 강성 친야 성향의 지지자들이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이 대표는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망언의 끝판왕은 역시나 이재명 대표였다"며 "공당의 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인물이 국민에게 ‘투표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선거의 의미 훼손이자,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데 앞장선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정하 수석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자신들을 지지하면 유권자로서 반드시 한 표를 행사해야 하고, 국민의힘을 지지하면 국민도 아니라는 말이냐"며 "지지층 결집을 노리기 위한 말치고는 참 치졸하고 저열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아니면 적'이라는 이 대표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한심하다"며 "인천에서 '2찍'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고,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던 말은 결국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 번은 실수, 두 번이면 습관, 세 번이면 인격의 문제"라며 "인품(人品)만큼 중요한 게 언품(言 品) 이라는데, 두 가지 모두 갖추지 못한 이 대표는 '자격 미달'"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